여전히 차가운 금융시장과 건설경기에 국내 건설업계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높은 금리와 원자잿값은 수익성에,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은 안정성에 각각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 모두를 잡을 수 있는 공사를 선별 수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2024년 수주 현황을 알아보고, 이들의 전략을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DL이앤씨(375500)와
GS건설(006360)은 올해 수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성과 주택 브랜드 가치 상승 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도시정비사업 수주 성과가 돋보인다.
다만, 두 건설사의 올해 ‘수주 성적표’는 대조적이다. GS건설은 해외에서 대규모 공사를 따내며 올해 수주 목표 조기 달성이 유력한 반면, DL이앤씨는 목표치를 하향했음에도 달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수주 다각화’ 노력 엿보인 DL이앤씨…연말 계약 성사 여부 ‘관건’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5조9715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0조6369억원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43.9% 감소했다.
회사는 올 들어 토목과 주택, 플랜트, 도시정비 사업부문에서 고른 수주를 기록했다. 토목부문에서는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수서~광주 복선전철 제2공구 건설공사(2389억원) GTX-B노선(용산~상봉) 3-1공구 노반신설 기타공사(2445억원) 등을 수주했고, 주택·건축부문에서는 우아한형제들, LH 등이 발주한 3건의 공사에서 1조1528억원 규모 수주고를 올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영동양수발전소 1·2호기 토건공사’(4817억원), 한국남동발전의 ‘분당복합 현대화사업 1블록 건설공사’(2546억원) 등 플랜트부문에서도 수주를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수주 실적을 기록한 분야는 도시정비사업부문이다. DL이앤씨는 올해 현재까지 총 6건의 정비사업의 시공 계약을 따냈다. 수주 규모는 2조3052억원에 달한다.
DL이앤씨 본사.(사진=DL이앤씨)
다만 회사가 설정한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DL이앤씨는 올해 초 11조6000억원을 2024년 수주 목표로 설정했다. DL이앤씨의 9조원, 완전 자회사인 DL건설의 2조6000억원을 합해 설정한 금액이었다. DL이앤씨는 지난 2022년 11조9000억원, 2023년 14조9000억원의 수주 성과를 기록했으나, 올해 건설시장 악화를 우려해 예년 대비 보수적인 목표를 잡았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실적 집계 이후 회사는 수주 목표액을 10조3000억원으로 기존 대비 약 1조3000억원 하향했다. 그럼에도 1~3분기 수주액 5조9715억원은 하향한 목표액의 57.9% 수준에 그치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외 건설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할 대 예년 대비 높은 수주 실적 기록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달 중 본계약 체결이 기대되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다수 있어 4분기 수주 실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목표 달성 GS건설…실적 개선 ‘청신호’
GS건설은 연초 올해 수주 목표액으로 13조3000억원을 설정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주 12조9608억원을 기록하며 목표 수준에 근접했다. 3분기 이후인 지난 11월 ‘동북아 LNG Hub 터미널 1단계’(5879억원)과 ‘세운 5-1, 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4240억원)을 수주했고, 이달 2일에는 ‘이촌한가람 리모델링사업 공사’(5947억원) 등 3건의 수주를 통해 1조5000억원 이상을 수주고에 추가했다. 이로써 회사는 올해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GS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총 6개의 정비사업 수주를 통해 2조7936억원 규모 계약을 따냈다. 또한 이달 초에는
삼성물산(000830)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1072억원 규모 ‘신길2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되며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GS건설 몫은 5536억원이다.
GS건설 본사.(사진=뉴시스)
GS건설이 올해 쌓은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2조7936억원은
현대건설(000720)(6조612억원)과 포스코이앤씨(4조7191억원)에 이어 건설업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GS건설은 올해 정비사업을 포함해 토목과 플랜트부문에서도 고른 수주를 기록했다.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로부터 수주한 ‘송도국제화복합단지 2단계 조성사업 수익용지개발’(4960억원)과 사우디 아람코의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1조6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건축·주택부문의 도급 계약은 한 건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준공 제공에 따른 PF 우발채무 리스크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수주 실적을 기반으로 GS건설은 수익성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회사는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 9조4773억원, 영업이익 2457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2.59%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1152억원의 매출에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주차장 붕괴사고에 따른 손실 반영으로 영업손실 1947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한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당사 모든 사업부의 노력으로 목표치를 초과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전략적인 사업 기반 구축으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안정적인 수주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