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 CB 하한선 도달했지만 여전히 주가보다 27% 높아현금 보유액 228억원 불과…800억원 투자 계획도 부담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상태 지속…추가 자금 조달 필요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성일하이텍(365340)이 상장 이후 발행한 전환사채(CB)로 인해 재무적 압박에 직면했다.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이 리픽싱 하한선에 도달하면서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규모 현금 유출 우려와 함께 부채비율 상승, 실적 악화가 맞물리며 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인다. 여기에 계획된 대규모 설비 투자와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까지 겹치면서 성일하이텍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사진=성일하이텍)
CB 전환가액 리픽싱 하한선 도달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일하이텍은 최근 제3회차 CB 전환가액을 기존 7만9171원에서 5만542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최초 전환가액의 70%인 리픽싱 한도까지 하락한 것으로,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CB 전환가액도 하락 압박을 받은 결과다. 이에 따라 전환 가능 주식 수는 기존 63만1544주에서 90만2201주로 42%가량 증가했다.
이번 CB는 지난 4월 성일하이텍이 셀레니언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오라이언자산운용 등 주요 사모펀드에 발행한 것으로, 표면금리 0%, 만기금리 2% 조건으로 발행됐다. 당시 성일하이텍은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돼 기관투자자들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4만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4만원 선이 한때 붕괴되며 상장 이래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모가인 5만원을 밑도는 수준으로, 전환가액과 현 주가(16일 종가 4만200원)의 괴리율은 27%를 넘어선 상태다.
전환가액이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오면서 CB 투자자들은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다. CB 투자자들은 주가가 높을 경우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전환권 가치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원금과 이자 수익만 기대할 경우, 투자 수익률은 연복리 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CB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당 CB는 발행 1년6개월 이후인 내년 10월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부여돼 3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성일하이텍은 대규모 현금유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305억원에서 228억원으로 줄어들어 제3회차 CB 규모(5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부채비율 작년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무안정성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성일하이텍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7.4%%에서 올 3분기 149.2%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 헝가리와 새만금 공장 설비투자 비용이 반영되며 차입금 부담이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자보상배율도 1년이 넘도록 1배 이하를 기록하며 영업활동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수익성 악화와 함께 외부 차입금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을 반영한 수치다.
실적도 좋지 않다. 올 3분기 성일하이텍의 누적 영업손실은 348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122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해외 고객사 요청에 따라 주요 메탈 중 니켈 부문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며 실적 부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익성과 재무여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내년까지 계획한 설비투자 규모는 약 800억원에 달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CB 상환 부담과 맞물려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본격적으로 유상증자 또는 자산 매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외부 자금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 시장의 회복이 성일하이텍의 실적과 주가 개선의 핵심 요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도날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 정책이 축소되거나 사라질 것으로 보여 업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기획재정부에서 지원해준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잘 활용해서 최대한 위기 상황에 대응할 예정이다"면서도 "이러한 조치도 여의치 않으면 자금조달을 할 가능성도 있는데 아직 내부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요인도 남아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만금 3공장의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매출 개선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만금 3공장의 가동률이 3분기 30% 수준에서 4분기 50%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외 신규 거래처 납품 개시로 매출 증대와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성일하이텍은 또 2026년 헝가리 리사이클링 파크의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성일하이텍의 수익성 개선에 일부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