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철강산업에 또 다른 난관이 찾아왔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를 명분으로 더 강력한 중국산 철강 때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이 한층 더 어려워진다면 갈 곳 잃은 철강제품이 한국으로 밀려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국가들에 보편 관세 부과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며, 주요 철강 수입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철강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이후 급변할 국제 무역 질서 속에서 한국 철강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점검하고, 그 속에서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을 탐구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 공약인 보편 관세로 국내 철강 업계의 대미 수출이 흔들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음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현재 관세 대신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는 한국산 철강에 보편 관세까지 부과된다면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업계는 대책 마련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한국철강협회)
미국 정권 교체, 대미 철강 수출 ‘흐림’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 철강산업 전망은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및 수입 쿼터 축소 가능성이 우려되며, 건설과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수요 위축, 저가 중국산 철강재 수입 증가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철강 산업의 전망이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 철강 산업의 세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인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음달 20일 출범하는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철강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편 관세 실행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보편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다면 철강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나며 대미 직접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산 철강은 미국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 제도를 적용받는 대신 관세는 부과 받지 않았지만, 관세까지 부과 받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수입 쿼터 제도가 한국산 철강의 수출량을 보장해 주는 효과가 있었지만, 보편 관세로 인해 수출량이 줄어든다면 쿼터의 효과가 위축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미국 현지 철강 업체들도 철강 관세 강화를 요구하고 있어 관세 정책은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철강은 2018년 쿼터 실시 이후 수출량이 연간 250만톤 내외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간 쿼터 물량은 263만톤으로 2015~2017년 연간 대미 철강 수출량 평균(374만6000톤)의 70%에서 정해졌다.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비중은 9% 수준이지만,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수출 감소 시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쿼터제 유지 우선 목표로…해외 진출 줄줄이
국내 철강업계는 관세 부과보다 우선 현재 대미 수출에 적용받고 있는 수입 쿼터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보편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감소 효과는 차치하고 철강 수출량의 상한이 낮아지면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철강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쿼터 규모 유지를 요청한 바 있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 아울러 정책의 비일관성도 특징으로 꼽히기 때문에 향후 보편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는 향후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무역 장벽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철강 업체들은 이미 미국 현지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부과를 피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중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길이 좁아질 경우 중국이 전세계에 남아 도는 철강을 수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국내 철강 업계는 내년에도 중국산 철강이 국내로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미국 정부의 무역 장벽 강화 방침에 대해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보편 관세 부과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국내 철강업계가 변화를 주시하며 무역 장벽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