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유럽 집행위원회(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020560)과의 기업 결합을 최종 승인받으면서 아시아나항공 살리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4년간 합병 진행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간접 지원했지만, 이제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두면서 비용 감축 등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몸집이 클수록 구매력 강화로 인한 원가 절감이 가능하며, 이에 수익성이 확대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되면 원가 절감 효과가 커질 전망이다.
(사진=대한항공)
높은 부채비율…자금 지원으로 경감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하면 여객과 화물 부문에서 독점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이에 각 사업 부문에 대해 독점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선결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최근 대한항공은 EC로부터 여객 부문의 선결 조치(티웨이항공에 유럽 노선 이관)에 대한 승인을 받았고, 28일 화물 부문(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한 선결 조치도 승인을 받으며 합병 절차를 최종 마무리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높은 부채비율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해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846.9%를 기록하며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를 기록했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합병을 진행하면서 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높은 부채비율을 해소하기는 어려웠다. 국적 항공사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을 확충하며 버텼는데,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 대신 차입금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진행하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건전성 개선을 지원했다. 2020년 11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유상증자 대금(1조5000억원) 중 계약금으로 7000억원을 우선 지급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이 중 40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104회(지난해 11월 발행) 및 105회(올해 6월 발행) 영구채 발행에 4750억원을 납입해 고금리 부채 문제를 일부 해소했다.
대한항공이 오는 12월20일까지 잔여 유상증자 대금인 8000억원을 납입하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금 지원이 한 차례 더 이뤄지게 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 대금 일부(5000억원)와 화물사업부 매각 대금(4700억원)을 부채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00~700%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600~700%의 부채비율은 항공업계 내에서 여전히 높은 수치로 지속적으로 부채비율 감축이 요구된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은 별도의 회사였기에 자금 지원 수준에서 재무 지원이 그쳤다. 그러나 합병이 성사되면서 대한항공은 보다 폭넓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개선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비용 절감 등 수익성 강화 박차 전망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PMI(인수 후 통합) 계획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자금이 2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5조원(3분기 말 기준 5조6530억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정비가 많이 들고 이를 쉽게 조절하지 못하는 항공업계 특성상 운영 과정에서 현금 지출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점진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을 끌어올려 재무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개선 내용은 비용 절감이 주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비용 절감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몸집이 클수록 유류비에 대한 구매력이 높아지고, 더 많은 좌석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보유 수는 80대, 대한항공은 158대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규모가 대폭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구매력 강화는 연료비 뿐 아니라 기재 도입, 공항 사용 계약 등에도 적용된다. 올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원가율은 78.8%, 아시아나항공은 87.6%로 나타났는데, 두 회사는 결합 이후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모두 원가율 하락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몸집을 키우면 수익성이 늘어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항공사의 규모가 수익성 강화로 이어진다고 언급했다. 이에 미국의 델타 항공이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인수한 후 수익성이 강화된 사례가 있다.
유류비 등 구매력 강화뿐 아니라 노선 조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PMI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결합으로 노선 조정 등을 통한 비용 효율화 작업도 병행된다. 모회사-자회사 관계로 불필요한 경쟁 요소를 없앨 경우 수익성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12월 내에 최종 거래 종결 절차를 매듭지을 예정이고, 통합 항공사 출범 시 사업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