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국적 항공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 합병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고, 두 회사 산하의 LCC(저비용 항공사)도 하나의 회사로 합쳐질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국내 항공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대한항공이 합병을 위해 내려놓은 노선과 사업은 LCC로 승계되며 LCC의 확장에 영향을 미쳤다. <IB토마토>는 항공산업이 합종연횡에 나서는 이유를 살펴보고, 향후 항공업계 합병 가능성과 분리 매각 이슈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 자회사
에어부산(298690)이 부산 지역 사회로부터 지속적인 분리 매각 요구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에어부산도 통합 LCC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에어부산이 분리 매각될 경우 비용이 늘며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에어부산은 항공기 임대부터 지상 조업, 자금 지원까지 운영 전반적인 부분에서 아시아나항공 그룹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항공업계 내에서 높은 영업이익률 달성이 가능했다. 분리 매각이 진행될 경우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가 사라지며 수익성 악화 등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에어부산)
지속적인 분리 매각 요구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상공단체 등은 꾸준히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부산 지역을 거점으로 삼는 항공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산 지역 단체들은 내년부터 착공에 예정인 가덕도 신공항을 거점으로 삼는 항공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LCC로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1.89%(올해 3분기 말 기준)를 들고 있는데, 향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결합되면 에어부산도 대한항공 산하 LCC인 진에어와 통합될 예정이다.
에어부산의 분리 매각은 최근 항공 산업의 흐름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항공사들이 통합에 나서는 등 체급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 산업은 더 많은 승객을 더 자주 태우기 위해 항공기 수를 늘리고 있고,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회사 간 통합 혹은 항공기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CC들은 기존 단거리 중심의 운항에서 벗어나 중·장거리 취항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점차 대형 항공기까지 도입하는 등 항공기 수를 늘리는 추세다.
그러나 에어부산의 재무구조는 부채비율이 높아 홀로서기에 나설 경우 투자가 줄며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577.9%로 업계 내에서 높은 편에 속한다. 높은 부채 비율을 안고 있는 가운데 비용이 늘면 투자가 줄어든다. 관련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확대해 공급 좌석을 늘릴 경우 가격이 인하되며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항공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급 좌석 수를 늘리지 못해 가격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
분리 매각 시 경쟁력 약화 우려
에어부산이 분리 매각될 경우 비용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과 그룹사들의 인프라를 이용했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았지만, 분리 매각이 될 경우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아시아나항공의 그룹사들은 에어부산에 항공기 정비 및 임대, 발권 시스템 등 필수 운영 분야의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분리 매각될 경우 에어부산이 직접 비용을 들여 정비나 지상조업 등 운영에 필수적인 부분을 확장해야 한다. LCC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항공사는 에어부산과 진에어 등 대형 항공사의 자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회사의 지원이 비용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 그룹사들과의 거래 규모는 25% 이상이다. 그룹사로부터 구매한 서비스 등 비용은 매출원가에 계상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IDT(전산 서비스), 아시아나에어포트(지상조업)와 매입 거래한 액수는 1438억원으로 전체 매출원가(5840억원)의 24.6%에 달한다.
항공사의 핵심 경쟁력인 항공기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에서 임대한 항공기 부채 규모는 1935억원으로 전체 리스 부채(6672억원)의 29%에 달한다. 에어부산은 전체 운영 항공기(24대)의 절반 이상인 13대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임차해 사용 중이다.
모회사가 있었기에 자금 지원도 이뤄졌다. 에어부산은 지난 2021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1100억원을 수혈한 바 있다. 항공업황이 회복되면서 순차적 상환이 이뤄지며 올해 3분기 말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500억원으로 줄었다.
분리 매각이 이뤄질 경우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가 아니게 되며 시너지도 단절된다.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 효과가 소멸되며 에어부산은 현재처럼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에어부산의 영업이익률은 16.7%로 항공업계 최상위권이다.
한편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 공항 중심으로 국내 항공 수요가 집중된 탓에 지역 공항에서 사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인천공항 여객수는 5812만명을 기록했지만, 김해공항은 728만명으로 인천공항의 12.5%에 불과했다. 화물 물동량도 같은 기간 인천공항은 328만톤이었지만, 김해공항은 인천공항 물동량의 2.5%(8만톤)를 기록했다.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주장하는 부산 지역 시민단체는 에어부산이 분리 매각된다면 오히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지후 시민공감 이사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에어부산의 수익성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경쟁력이 충분하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로 운수권 배분 등에서 불이익이 있지만 분리 매각될 경우 경영의 자율성이 확대되어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 말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가덕 신공항은 포화 상태인 인천공항의 수요를 분담하는 순효과도 있으며, 부산시에서 지역 거점 항공사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등 에어부산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