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 유형으로 상장한 기업은 30개로 가장 많았지만, 상장한 지 1년이 넘었어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최근 기술심사 기준을 높였다고 하지만, 오히려 우회 상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IB토마토>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유형의 허점을 짚어보고, 향후 개선 방향성에 대해 논의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기술특례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이를 통해 상장을 추진하기 위한 기준이 한층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우회 상장을 모색하거나 국내 상장이 어려운 경우 캐나다 토론토 증권거래소를 통해 우회 상장을 시도하는 벤처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기술특례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정량적 평가 기준의 강화와 적절한 규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례 상장 난이도 상승에 우회상장·캐나나 상장 '확대'
2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기술특례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 제기되자 기술특례 심사 기준을 높였다. 25곳의 기술특혜 전문평가기관 중 두 곳에서 BBB등급 이상, 최소 한 곳은 A 등급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술의 완성도와 차별성, 연구개발 활성화 수준 등 기술성 외에도 목표 시장의 규모나 사업모델 사업화 수준, 시장 점유 수준 등 시장성이 검증돼야 한다.
기술특례 허들이 높아지면서 우회상장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우회상장 방법은 비상장사를 이미 상장된 기업과 인수·합병하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한국거래소는 지피씨알이
하이트론(019490)에 직접 투자를 받는 건에 대해 우회상장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피씨알은 기술특례 전형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 6월 기술특례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이후 지난 9월 코스닥 상장사 하이트론이 28회차·29회차 영구 전환사채(CB)로 각각 162억원, 341억원 총 503억원을 조달해 지씨피알 인수 대금과 맞바꾸기로 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하이트론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31억원에 불과해 타법인 증권 취득을 위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인 하이트론은 바이오·제약 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실적을 개선하고, 비상장사인 지피씨알은 하이트론에 합병돼 간접적으로 상장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서로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우회상장 의도가 있다고 간주하고 제동을 걸었다. 결국 하이트론은 나스닥 상장사 엑시큐어를 인수해 지피씨알 미국 법인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사 지피씨알USA에 1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기술특례 상장에 이어 우회상장마저 어려워지자 벤처기업들이 캐나다 증시에 상장해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한국의 경우 특례 심사 기간이 7개월까지 늘어지는 경우도 있고, 심사 끝에 적법한 등급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 올해 스팩 합병을 추진하다 취소한 회사는 1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증시 중에서도 캐나다 증시는 역인수 합병(RTO)을 비롯해 스팩(SPAC) 상장 등 우회상장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국산 전기차 충전기 기업인 씨어스는 캐피털 풀 컴퍼니(CPC·기업 인수 목적 특수회사)를 통해 캐나다 주식시장(TSXV)에 우회상장할 예정이다. 북미 전기차 충전기 시장 진입에도 유리한 고점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TSX)는 코스닥과 상장 유지 조건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투자를 영업이익에 반영한다. 게다가 상장한다면 북미 시장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기업에게는 금상첨화다. 이에 국내 증시보다 비용, 조건, 시간 면에서 보다 효율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아카이브)
기술특례 보완 지속·심사기준 정량화 및 조정 필요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술특례 상장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술 성장 가능성을 정량화하는 등 심사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산업 특성을 반영한 심사기준을 수립하는 등 기술 특례 제도를 보완키로 했다. 바이오, 정보기술, 제조업 등 산업별로 전담 전문 심사 체계도 구축해 산업 특성을 반영한 심사기준을 수립하기로 했다. 특별심사 태스크포스(TF)도 설치해 심사 인력을 추가로 배치했다.
또 금감원은 특례상장 기업의 공시 현황을 점검하고, 공모가 산정 시 실적 추정 관련 증권신고서와 사업보고서 서식을 개정한다고 설명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해 공모가 산정 근거를 항목별로 상세히 기재하고, 영업 실적 추정치와 실적치 간 괴리의 발생 원인 등에 대한 구체화된 작성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바이오나 IT 분야 기업들이 기술 특례로 상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에 대한 과대 평가가 되지 않도록 다소 보수적으로 기준을 잡게 되는 것이 있다"라며 "기술의 미래 가치에 대해 보다 정량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