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화생명(088350)이 다음 달 대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한다. 앞서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뒤 3개월 만에 다시 조달 시장 문을 두드리는 셈이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을 올리기 위해서다. 올 4분기부터 K-ICS 비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K-ICS 비율에서 중요한 보험계약마진(CSM) 성장도 둔화되고 있다.
후순위채로 최대 8000억원까지 증액…자기자본 확충
28일 보험·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12월 중 4000억원에서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후순위채는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자본성증권으로, 채권을 발행하면 해당 금액만큼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7월과 9월 각각 5000억원(차환),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명목 만기 30년으로 영구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후순위채보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수준이 높다. 다만 후순위채 대비 조달비용이 크다. 지난 신종자본증권 두 건의 발행금리는 4.8%다.
후순위채 선택은 비용 부담을 최대한 낮추면서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은 지난 9월 기준 자본성증권 발행 잔액이 신종자본증권 1조1000억원과 후순위채 1조8040억원으로 총 2조9040억원이다. 보험업계 회계·감독 기준이 IFRS17·K-ICS로 바뀌기 바로 전인 2022년 2조8714억원보다도 많다. 추가 후순위채까지 고려하면 자본성증권 잔액은 3조원을 훌쩍 넘어설 예정이다. 조달비용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도 커진 셈이다.
지속된 자본 확충은 K-ICS 비율 제고가 목적이다. 한화생명은 올 3분기 K-ICS 비율 잠정치가 164.5% 정도로 추산된다. 시장금리 인하와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 변경 등 K-ICS에 부정적 요인이 산재했음에도 상반기 수치인 162.8%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효과로 K-ICS 하락을 방어한 것이다.
K-ICS 비율은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으로 산출하는데, 한화생명은 상반기 기준 요구자본이 12조1865억원, 가용자본이 19조8395억원이다. 각종 요인으로 요구자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가용자본을 더 큰 폭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3분기 기준 요구자본과 가용자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12월 말 내로 공시될 예정이다. 상반기 자본 구성을 기준으로 이번 후순위채 발행 효과를 살펴보면, 발행금액이 4000억원일 경우 K-ICS 비율이 3.3%p 오를 것으로 계산된다. 8000억원 기준은 6.6% 정도다.
부채 할인율에 계리적가정 변수로 CSM 하방 압력
후순위채 발행 효과까지 감안하면 결산 시점에서 K-ICS 비율은 17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부 요인으로 요구자본 증가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요구자본은 생명장기손보위험액부터 일반손보위험액, 시장위험액, 신용위험액, 운영위험액, 분산효과, 기타조정 등을 합산해 산출하는데 특히 생명장기손보위험액이나 시장위험액과 같은 주요 리스크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기본적 요인으로는 시장금리 인하라는 거시적 환경이 자기자본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보험부채 할인율이라는 제도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자기자본은 더 큰 폭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할인율 조정의 경우 내년에 적용 기준이 한층 더 강화되기 때문에 자본 관리 압박이 크다. 결과적으로 가용자본 감소와 요구자본 증가(금리리스크) 양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이 이달 초 보험사 보유계약과 연관되는 계리적 가정(무·저해지상품 해지율, 단기납 종신보험 보너스 지급시점 해지율, 손해율 연령별 산출)을 조정한 사안도 있다.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약은 곧 보험부채인데, 더 엄격해진 계리적 가정은 부채 구조에서 장래 미실현이익인 CSM 규모를 줄인다. CSM은 보험부채로 잡히나 K-ICS 산출에서는 가용자본 항목으로 취급된다. 가용자본을 구성하는 두 항목인 자기자본과 CSM 모두 외부 요인 탓에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한화생명)
자본성증권 발행뿐만 아니라 신계약 판매로 CSM 규모를 키우는 것도 K-ICS 비율을 올리는 방안이다. 한화생명은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보장성보험 신계약을 업계서 가장 적극적으로 판매해 왔다. 그동안 신계약 CSM은 우수한 성장세를 이뤘다.
다만 3분기 CSM은 9조1297억원으로 올해 기초 CSM인 9조2385억원 대비 역성장했다. 보험부채에서 CSM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0.7%에서 9.8%로 떨어졌다. 업계 경쟁에 따른 CSM 효율성 저하(보험 상품의 CSM 환산배수 하락), 보수적인 계리적 가정으로 인한 마이너스(-) 조정 효과 등이 이어진 탓이다. K-ICS 제고를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 외에 CSM 성장 제고도 요구되는 이유다.
한화생명 측은 연말 K-ICS 가이던스 관련 예측되는 부분으로 ▲4분기 신계약 CSM에 따른 가용자본 증가 영향 4%p ▲수익증권 내 해외 인프라 자산의 가치 증가 영향 1%p ▲재보험 출재 추진 등 기타 노력 등을 제시했으며 해당 영향으로 K-ICS 비율 5%p~6%p 확대를 예상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무저해지 같은 계리적 가정 조정 영향은 현재까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신계약 CSM 수익성은 적정 수준의 종신보험 판매 물량 확보에 기반하고, 일반보장 신상품을 지속 출시하면서 상품 수익성 제고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