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전기차 넘어 우주로…대외 리스크는 변수
스페이스X와 협력해 우주선 배터리 공급 예정
시장 규모 크지 않지만 품질 기준 높아 신뢰도 개선
캐즘 및 트럼프 재선에 따라 배터리 업계 타격 우려
공개 2024-11-1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3일 15:5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하 LG엔솔)이 최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협력하며 배터리 공급 시장에서 또 다른 성과를 거뒀다. LG엔솔은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왕복선 ‘스타십’에 탑재될 전력 공급용 배터리 공급을 맡게 됐다. 이는 LG엔솔이 전기차에 이어 우주 산업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전기차 시장의 ‘캐즘(대중화 전 수요 둔화 현상)이 길어지면서 배터리 업계의 실적이 영향을 받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따른 정책 변화로 인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페이스X 우주선 '스타쉽'의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사진=연합뉴스)
 
스페이스X와 협업,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 상승 기회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엔솔은 올 3분기에 매출액 6조8778억원,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38.7% 감소했다. LG엔솔의 실적 감소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정체 현상인 캐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서는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LG엔솔의 스페이스X와의 협력은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LG엔솔은 기존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량해 스타십에 적합한 전력 공급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스페이스X는 자체 생산 배터리를 주로 사용해 왔지만, 이번에는 LG엔솔의 기술력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LG엔솔이 테슬라 전기차에 꾸준히 배터리를 납품하면서 쌓은 신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주선 시장은 공급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품질 기준이 매우 까다로운 특성 때문에 LG엔솔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LG에너지솔루션 측에 이번 거래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으나, 회사는 스페이스X와 관련해 일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LG엔솔의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향후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의 성장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이는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되고 내년 이후 판매 호조가 전망돼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장기적으로 OEM 내재화 및 중국 수출 증가는 리스크지만, 유럽 규제 강화와 저가 전기차 출시, ESS 확대 등으로 시장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재선에 전방산업 악화 장기화 우려 ‘고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관련된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IRA 폐지를 수차례 언급하며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 극복과 그린 뉴딜 종식을 선언한 바 있다. IRA는 미국 내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배터리 생산에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국내 배터리사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산업에 큰 혜택을 제공해 왔다.
 
실제로 LG엔솔의 경우 올 3분기 영업이익에서 AMPC 혜택을 제외할 경우 약 177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LG엔솔을 포함한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단독 공장 및 합작 공장의 증설을 추진 중이지만, AMPC 수혜가 줄어들면 기대 수익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라 정책 변화가 본격화될 경우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재선으로 인한 관세 상향 정책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반사이익을 제공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LG엔솔 등 국내 기업들이 현지 생산 및 유통 인프라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미국 내 배터리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업계는 반사이익이 있어도 AMPC 축소로 인한 타격을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이 같은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터리산업협회는 미국 재무부와 외무부 정책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기업들의 기여를 강조하며 AMPC 지속 필요성을 설득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배터리 업계의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이 정책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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