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입 후 소각…경쟁 심화에 '품귀주' 등극 예고
현재 시장 유통 주식수 17.3% 수준…고려아연 공개매수 목표보다 낮아
대부분 공개매수 응할 경우 시장 유통 주식수 사라질 것으로 전망
과반없는 지배구조로 향후 지분 경쟁 지속...유통 주식 줄고 수요 증가 가능성
공개 2024-10-21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9일 14:0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고려아연(010130) 주식이 향후 품귀주로 등극할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진행하고 있는 공개매수가 목표를 달성할 경우 시장 유통 주식수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개매수 이후에도 MBK-영풍(000670)과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고려아연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상황에서 누구도 고려아연 지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지분 매입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사진=고려아연)
 
자사주 소각에 유통 주식 감소 전망
 
1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매입을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의 특수목적 법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인베스트먼트(이하 트로이카 인베)가 공개매수 기간 각각 발행 주식 수의 17.5%(362만3075주)와 2.5%(51만7582주)를 매수할 계획이다. 향후 고려아연이 공개 매수한 지분은 전량 소각되고, 트로이카 인베의 공개매수 지분은 의결권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당초 고려아연과 트로이카 인베의 최대 공개매수 물량은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0%지만,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은 최대 17%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MBK 공개매수 종료일(14일) 기준 매수 가능성이 없는 최윤범 회장 측 지분(33.99%)과 MBK-영풍 연합(38.47%)과 고려아연 기존 자사주(2.41%)에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7.83%)을 빼면 17.3%가 남게 된다. 다만, 이는 최대 가능한 공개매수 추정치일 뿐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지분 등을 고려하면 계획보다 작은 규모로 공개매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 매수를 통해 확보한 주식을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공개매수 실적이 목표치 이하일 경우 고려아연과 트로이카 인베 간 공개매수 목표가 비율(1대 7)로 매수 주식을 나눠 고려아연은 소각, 트로이카 인베는 보유할 예정이다. 이에 국민연금 등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경우 15%가량의 지분을 최대로 확보해 소각할 수 있다.
 
15%가량의 주식이 소각될 경우 사실상 고려아연의 유통 주식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는 의결권에 영향을 행사하는 주주들로 꽉 찼기 때문이다. 유통 주식은 최대 주주 혹은 주요 주주의 지분 및 자사주 등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을 의미한다. 보통 기업에서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30% 이하인 경우가 일반적이라 유통 주식 수는 최대 70%에 달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경우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주주들의 합계 지분율이 높은 관계로 유통 주식 수가 적다.
 
 
과반 없는 지분 구조…지분 경쟁 속 주가 상승 가능성
 
고려아연의 주식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MBK가 당초 공개매수로 7%가량의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한다면 원활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공개매수 결과는 이보다 낮은 5.34%였다. MBK는 임시주총 등을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은 생겼지만 뜻을 관철하기 위한 지분 과반 확보는 실패했다.
 
아울러 자사주 소각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상승효과로 인해 최대주주인 MBK-영풍 연합이 지분율 증가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에 따라 MBK-영풍의 지분율은 48%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탓에 소각 이후에도 지분 경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두 세력이 장내 매수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범 회장 측도 마찬가지로, MBK의 뜻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맞불로 장내 주식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소각으로 인해 유통 주식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수요가 높아지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고려아연의 주가가 희소성에 따라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도 각각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의 주가가 주당 100만원을 넘길 가능성에 동의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과거부터 꾸준히 고려아연의 제련 사업의 탄탄함과 신사업의 발전 가능성에 근거해 주가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이 기름을 붓는 효과가 나오며 향후 장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재계 안팎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지난 8월7월 시작했던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고려아연을 대리해 매수하던 자사주 매입은 지난 9월 MBK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중단 전까지 매입한 자사주는 1500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경영권 분쟁에 따라 일시적으로 자사주 매입이 중단된 만큼 향후 이 자사주 매입이 재개될 경우 고려아연의 자사주 비중 확대에 영향을 미칠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향후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 방침으로 유통 주식이 줄어드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지속된다면 고려아연 주식의 가치 상승으로 품귀주 등극 등 가능성도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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