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리인하 효과 실종…왜 은행만 득을 보고 있을까
금리인하에도 주가 부진에 대출금리 그대로
경기침체 우려, 가계대출 제한 등 복합 요인
공개 2024-10-21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1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기다림이 길었던 탓일까. 마침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낮췄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주가는 오르지 않고, 대출금리는 그대로다.  
 
금리를 낮출 때는 보통 경기 활성화가 목적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유도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금리가 떨어졌으니 시장에 자금이 흘러나와야 하는데 영 시원치 않다.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연합)
 
여전히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모양이다. 투자는커녕 소비마저 신중하다. 기업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한다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SK(003600)에서는 비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법인카드 사용한도를 줄이고 임원들에게 제공하던 골프 회원권을 죄다 팔았다고 한다. 회원권 시세가 요동쳤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005930)처럼 토요일에도 출근시키는 것은 시쳇말로 ‘안 비밀’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해외 출장 시 임원들도 이코노미석을 타도록 했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위험을 회피하려는 시장의 특성도 주가를 묶어두며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인 주식보다는 안전 자산에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정치적 긴장이나 무역 분쟁과 같은 요인이 더해지면, 금리 인하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리스크 관리에 더 중점을 두기 마련이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도 금리 인하 효과를 짓누른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대출금리를 낮추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내려놓고도 가계대출을 옥죄는 이유다.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금리 하락이 제한되면서 금리 인하 효과도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동산 관련 대출의 경우 정부 규제 아래 금리가 제한적으로만 조정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최근 가계대출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추가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덕분에 은행들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금리는 인하됐지만, 대출금리가 내려가지 않으니 은행들은 예대금리 차이로 이익을 챙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리 인하 이후에도 5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57%에서 6.6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323410)의 주담대 금리는 상단이 7%를 넘기도 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손발이 안 맞는 모양새다. 게다가 은행권에서는 대출금리를 당장 내릴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 추가적인 가산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은 돼야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오매불망하던 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했지만 막상 체감되지는 않는다. 외부 요인을 제외하면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충돌하면서 금융시장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경제 회복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대출 억제가 계속된다면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고 시장 회복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나라살림을 하는 정부의 고민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고민이 길다고 반드시 현명한 선택을 하지는 않는 법이다. 오히려 장고에 악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빠른 판단을 기대한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