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고금리 시대…국내 채권시장 리파이낸싱 본격화
미 연준 기준금리 0.5%p 인하 결정
신중한 한국은행, 시장서는 기대감 높아
콜옵션 행사 늘고 채권 리파이낸싱 예상
공개 2024-09-19 18: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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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고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하키로 결정했다. 연내 추가 인하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발맞춰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채권시장에선 금리 인하에 따른 대대적인 리파이낸싱이 예고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미 연준 '빅컷' 결정
 
현지시간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p 인하를 결정했다. 이날 금리 결정 투표권이 있는 연준 위원 12명 중 제롬 파월 연준의장을 포함한 11명이 0.5%p 인하에 찬성했다.
 
현지시간으로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 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TV 화면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이 중계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발발로 인한 위기 대응으로 금리를 인하한 이래 4년 반만의 일이다.
 
이날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면서도 “일자리 증가가 둔화했고, 낮은 수준이지만 실업률이 상승했다”라며 금리 인하 배경을 밝혔다.
 
앞서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인하 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결과적으론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저점에 근접하고 있는 반면 실업률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기다렸고, 그 인내심이 정말 큰 결실을 보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정책을 더욱 적절하게 재조정할 때가 됐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지금은 그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리 결정과 함께 공개된 금리 점도표에선 연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을 기존의 5.1%에서 4.4%로 낮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연말 금리 전망치도 기존 4.1%에서 3.4%로, 2026년 연말 전망치는 3.1%에서 2.9%로 각각 내렸다. 이를 해석하면 오는 11월과 12월 FOMC에서 0.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추가 단행될 수 있고 2026년까지 최소 한해에 0.5% 내외의 금리 인하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 기정 사실에 선 반영
 
연준의 전격적인 발표로 시장은 안도하면서도 기대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실제 채권시장 금리와 그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풀린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 결정 이후 첫 거래일인 19일 오전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9bp 오른 연 2.861%,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3bp 오른 연 3.001%에 오전 장을 마감했다.
 
회사채 금리에서도 A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6bp 오른 3.446%, BBB- 3년물 회사채 금리도 전 거래일 대비 2.8bp 오른 9.319%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앞서 국내 채권시장에서 채권 금리는 지난 9월5일 이후 줄곧 내림세를 이어왔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리 인하 발표 이후 파월 의장의 향후 인하 속도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기대감을 누그러뜨렸다.
 
실제 국내 채권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는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이날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국내 경기와 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라면서도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지정학적 위험의 전개 양상에 따라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향후 금리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고용 악화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선제적 빅컷을 단행했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라며 "미국 금리 인하에 한은도 10월 25bp라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올 수는 있으나 반드시 10월에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명분은 사실 없다"라고 평가했다.
 
김명실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빅컷으로 한은이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명분이 만들어졌다"라며 "내수나 수출 등 국내 지표가 좋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통화정책까지 변화하며 내달 중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막바지 채권 매수세…대대적 리파이낸싱 예고
 
금리 변동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에선 금리 인하 전 막바지 채권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채권 가격은 시중 금리 환경에 따라 평가 차손이 발생한다. 금리 인하와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이 된 만큼 채권 시장에선 주식시장과 달리 꾸준한 매수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지난달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8월 국채 7조4000억원, 통안채 4초2000억원 등 채권 11조6000억원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말 기준 외국인 국내 채권 보유 잔고는 전월 대비 9조4000억원 증가한 25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이에 따라 국내 채권발행 시장은 낮아진 시중 금리에 발맞춘 리파이낸싱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8일 사모채 250억원 상당의 콜옵션을 행사했다. 해당 사모채는 2023년 9월 발행 건으로 만기는 오는 2025년 3월이지만 첫 콜옵션 행사일은 지난 8일이었다.
 
사채 발행 1년 만에 전액 현금상환을 결정한 것으로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8월에도 200억원 규모의 사모채 콜옵션을 행사했다. 이어 대한조선도 지난 8월 26일 300억원 규모 사모채 콜옵션 행사에 나섰다. 지난 2022년 8월 발행한 3년 만기 조건의 채권으로 만기까지 1년가량 남았지만 현금상환이 진행됐다.
 
이들 회사의 콜옵션은 교과서적인 경영 실적 개선에 의한 조기 상환은 아니다. 시중 금리 인하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요도 충분한 만큼 리파이낸싱을 통한 조달 구조 안정화를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반기 결산이 마무리되고 여름휴가와 추석 연휴가 마무리되는 대로 채권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 날 것"이라며 "현재 금융가도 채권 투자 수요에 발맞춰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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