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대 유동성 자금 있지만…R&D 비율 5.23%2020년 R&D 비율 51% 기록한 후 크게 급락신사업 매출원가 비중 높아 연구개발 투자 축소로 상쇄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이 넉넉한 유동성 자금에도 수년간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신사업 진출을 위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신흥물산'으로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원가율이 높은 사업이라는 점에서 본업인 R&D 투자를 확대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본업인 의약품 R&D 투자 축소로 연결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는 신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개발 등으로 올해 하반기 연구개발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엔지켐생명과학)
넉넉한 유동성 자금에도 R&D 투자는 감소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연구개발비(율)은 22억원(5.23%)으로, 직전연도 동기(30억원, 9.07%)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넉넉한 유동성 자금을 보유했음에도 지난 2021년부터 R&D 투자를 축소해왔다.
앞서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2020년 연구개발비(율)로 132억원(51.03%)을 투자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021년(96억원, 41.99%)과 2022년(67억원, 25.15%), 그리고 지난해(54억원, 7.15%)를 거쳐 투자 규모를 크게 줄여왔다.
문제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 자금을 확보했음에도 본업인 R&D 투자가 후퇴했다는 점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2022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위한 자금 약 1685억원을 조달했다.
자금 조달을 마친 엔지켐생명과학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지난 2021년말 947억원에서 2022년말 1934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이후 지난해(1442억원)를 거쳐 올해 상반기말(1311억원)까지도 1000억원대 유동성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외형성장은 이뤘지만…신사업 비용 늘고 본업은 '뒷전'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신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바이오 유지 제조·판매기업 신흥물산을 통해 외형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물산은 바이오 유지 제조·판매기업이다. 지난해 2월24일 엔지켐생명과학이 지분 84.6%를 확보해 인수했다. 신흥물산은 지난해 409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기업으로, 엔지켐생명과학의 외형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22년 매출액은 266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신흥물산을 인수하면서 760억원까지 확대됐다.
신흥물산에 힘입어 올해도 외형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18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331억원)보다 개선됐다. 특히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진해거담제 등 원료의약품의 매출 비중은 45.3%(190억원)지만, 회수유 등 바이오유지 매출 비중은 54.7%(229억원)다.
다만, 신흥물산의 원가율이 높은 것이 엔지켐생명과학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엔지켐생명과학 연결 기준 바이오 유지 부문 원가율은 96.48%를 기록했다. 97.09%를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소폭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원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본업인 원료의약품 부문 원가율도 지난해 상반기 89.15%에서 올해 상반기 93.78%로 크게 상승하면서 원가율 방어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바이오 유지 부분이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상황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올해 상반기말 기준 매출원가(율)은 387억원(92.53%)이다. 직전연도 동기 307억원(92.8%) 수준이던 것과 비교해 늘었다. 특히 바이오유지 부문에서 발생한 원가는 221억원(매출원가 대비 비중 57.03%)으로, 본업인 원료의약품 부문(161억원, 41.5%)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판매비와 관리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93억원(28.03%)에서 올해 상반기 90억원(21.39%)으로 줄었다. R&D 투자가 줄기 시작한 지난 2021년 판매비와 관리비(율)은 210억원(91.58%)이었지만, 2022년(171억원, 64.11%)과 지난해(187억원, 24.6%)를 거쳐 몸집이 작아졌다. 이에 영업손실도 지난해 상반기 69억원에서 올해 58억원으로 개선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재정과 신사업의 성장 가능성 확보를 위한 단기적인 성과에는 의미가 있지만, 제약·바이오 기업이라면 신약개발 의지가 줄어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며 "사업 전략 방향성이 크게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회사의 전략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엔지켐생명과학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파이프라인 강화 작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올해 3분기 내에 신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의 론칭을 계획하면서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임상시험의 진행 단계에 따라 R&D비용이 일시적으로 축소된 것이며, 신규 임상 시험과 파이프라인이 새로 보완되면 R&D비용은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3분기 내에 신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의 론칭을 계획하고 있으며, 새로운 파이프라인은 국내 대형 바이오제약사와 공동개발을 통해 신약개발 성과를 조기에 실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