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이 업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사업에 먼저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주택 재개발을 위해 필요한 노후 요건도 크게 완화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에 따라 최대 5~6년가량 사업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빨라야 10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이다.
서울 송파구 재건축 진행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지금까지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안전진단 통과 후 정비구역 입안 및 향후 절차 진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통해 앞으로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더라도 정비사업 착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즉, 사업시행인가 전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추진 등을 안전진단과 함께 병행할 수 있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여기에 안전진단에 재건축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할 예정이다.
시장 반응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로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원하는 조합원들과 신규 먹거리를 더 빨리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노후 주택에 대한 집값 상승만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막연한 기대감에 노후 아파트 가격만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정책이 올해 4월로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나온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 측면에서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시키고,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하게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을 발표한 시기를 보면 결코 정치와 이념에서 자유로운 상황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번 정책이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시장 원리를 강조했지만, 그 어떤 분야보다 시장 원리가 정확하게 작동되는 곳이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안전진단 등 절차 때문에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하지 않는다.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진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성과 그에 따른 수익성이다. 지금처럼 분양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아무리 절차를 간소화해도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되기는 힘들다.
실제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주최는 집을 소유한 조합원이다. 이들은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을 통해 새집을 소유하고 싶지만, 그 비용은 내 돈이 아니길 바란다. 용적률 확대 등 사업을 통해 신규로 늘어나는 집을 분양해 그 돈으로 내 집 건축 비용까지 감당해 주길 원한다.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 분담금이 높으면 사업 추진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조합원과 건설사 등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
특히 현장에서는 절차상 문제보다 다른 복합적인 이유로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어렵게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조합원 간 갈등,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 분양가 책정과 수요 예측에 대한 오류 등 많은 문제들이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꼽힌다. 어렵사리 분양을 해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요자가 없으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효성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정책 발표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규제만 풀면 모든 문제가 일사천리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오만이다. 이번 정책도 국회 통과 등 절차가 남아 있다. 특히 지금처럼 선거용 정책 발표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을 포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용민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