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최근 고금리 기조에 국내 리츠 투자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리츠 수익률은 올해 초 대비 두 자릿수 손실을 내고 있다. 국내 상위 10개 리츠로 구성된 'KRX 리츠 톱(Top)10' 지수는 지난 5일 803.27에 마감하며 올해 들어 6.24% 하락했다.
박준우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2팀 팀장 (사진=이지스자산운용)
박준우 팀장은 리츠가 저평가 되고 있는 현재가 오히려 투자할 적기라고 말한다. 다음은 박준우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2팀 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2팀과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2017년에 신설돼서 회사 내에서 유일하게 상장 리츠 투자를 전문으로 맡고 있다. 현재 7500억원 정도 규모의 상장 리츠 투자 펀드를 운용 중이다. 절반 정도는 국내, 절반 정도는 글로벌 선진 리츠에 투자하고 있다. 총 5명인데 전담 인력 측면이나 운용하는 규모 측면에서 국내에서는 상장 리츠를 전담하는 가장 큰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시황이나 리츠가 갖고 있는 펀더멘털(fundamental)을 다양하게 분석하면서 운용하고 있다.
-리츠가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인 것 같다. 리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는 자금을 모아서 대형 또는 우량한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 투자 신탁 회사를 말한다. 원래 우량한 부동산은 기업이나 연기금이 독점했는데, 리츠는 대형·프라임급 부동산도 투자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SK서린빌딩이 1조를 좀 넘는다. 고액 자산가라고 할지라도 1조라는 자산을 혼자 매입하기는 어렵다. 리츠를 통해서는 이러한 우량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국내 리츠 시장은 2017년 9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약 7조3000억원 규모로 커졌지만 아직 해외 시장에 비하면 이제 막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리츠 시장 규모는 1300조~1400조원 정도로 추산되며 주식시장 대비 리츠 비중은 지난해 약 3%대에 달했다. 주식시장 대비 리츠 비중은 일본은 2%, 호주는 5%, 싱가폴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아직 0.3%에 머물러 있다.
-리츠 분야의 자문이 타 영역과는 다른 특이점이 있다면
△리츠는 부동산이기도 하고 주식이기도 한 게 가장 큰 특이점 같다. 국내에서는 리츠 자문을 부동산 투자팀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리츠는 장기적으로 보면 부동산 수익률과 밀접하고, 단기적으로 보면 주식 시장과 훨씬 더 밀접하게 움직인다. 리츠가 갖고 있는 자산은 부동산으로 리서치하면서 보고 있지만, 매달 쓰는 운용 보고서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내용보다 주식 시장에 대한 내용이 더 많다. 부동산과 주식이 퓨전된 영역이라는 점이 특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리츠 종목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 첫째, 리츠가 갖고 있는 부동산의 펀더멘탈이 장기적으로 얼마큼 견고한지를 먼저 본다. 둘째, 리츠별로 부채 만기가 다 다르다. 부채 정도나 부채 만기가 어떻게 잘 분산됐는지를 본다. 셋째, 리츠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이 얼마큼 장기적으로 매력적인지 본다. 마지막으로, 리츠가 지금 다 저평가 받고 있는 상황에서 리츠의 경영진(AMC)이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어떤 전략, 주주 환원 정책을 가지고 있느냐를 주의 깊게 본다. 또 배당수익률이 제일 높은 종목이 제일 좋은 종목은 아니다. 리츠가 갖고 있는 자산의 퀄리티, 펀더멘털, 배당의 안정성 등 다양한 측면을 봐야 한다.
박준우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2팀 팀장 (사진=이지스자산운용)
-그동안 진행한 업무 가운데 특별히 소개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한 기관에서 실물 부동산에 투자한 나머지 포트폴리오 부분은 상장 리츠 투자를 통해서 포트폴리오의 완결성을 높인 사례가 있다. 실물 부동산만 사면 포트폴리오를 원하는 대로 구축하기 어렵다. 특정한 물건이 시장에 매매로 나왔을 때 다른 원매자들과 경쟁해 이겨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리츠는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원하는 주식을 원하는 시점에 투자할 수 있다.
이 투자자는 팬데믹 전, 부동산 시장보다 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때 수익을 실현했다. 최근에 리츠가 굉장히 많이 빠졌는데 오히려 다시 투자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에게도 향후에 뒤돌아 봤을 때 지금이 '투자하길 잘했구나' 생각하게 될 시점,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수익을 보려면 기간을 어느 정도로 생각해야 되나
△저희도 그 점이 궁금하고, 개인 투자자들도 많이 궁금해 하신다. 리츠 역사가 긴 미국 시장에서 보면 저희가 3년 정도라고 말씀드린다. 보통 3년 정도 투자하셨을 때 평균 수익률이 30% 이상이 된다. 3년 정도 투자하셔야 내가 고점에 투자하더라도 회복 기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해외 특히 미국에서는 리츠 투자가 활발한데 국내 리츠 투자 시장 전망은
△국내에 리츠 제도가 도입된 건 2001년인데 성장이 정체돼 있었다. 현재 상장 리츠의 종목 수가 23개인데 3개가 2018년 이전에 상장했고, 나머지 20개가 2018년 이래로 성장했다. 정부에서도 상장 리츠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리츠 정책에 대해서 보완을 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미국 시장처럼 성장하게 되면 앞으로 보다 최소한 6~7배 성장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부동산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
SK리츠(395400)가 대기업 중에서 선도적으로 갖고 있던 자산을 유동화하면서 리츠 시장에 들어 왔다. SK리츠를 시작으로 다른 대기업들도 자산을 유동화하고 새로운 성장성이 높은 쪽에 재투자하는 측면에서 리츠가 더 많이 공급이 될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주요 연기금들은 자산의 일부를 대체 투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퇴직 연금에서 리츠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국내도 리츠 시장이 좀 더 회복하게 된다면 개인들이 장기적인 자금을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리츠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리츠의 동향은? 주목할 만한 섹터가 있다면
△최근 금리가 상승하니까 리츠가 가진 이자 비용도 늘어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금리가 내려가긴 어렵겠지만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면 이미 현재 금리 보다 리츠는 더 많이 저평가 영역에 들어갔기 때문에 앞으로는 상승 경로가 더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오피스 섹터의 경우 글로벌과 국내 간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팬데믹 사태 이후 재택 근무가 정착되면서 현재 사무실 출근율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실률이 높아져서 임대율이 90% 미만으로 떨어져서 80% 후반 수준이다. 반면 국내는 아직 대면 문화가 자리를 잘 잡고 있어 오피스 공실률이 3% 미만이다.
두 번째는 물류 섹터다. 물류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즉 개발 시장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츠는 개발하는 시장이 아니고 이미 개발돼서 임차인이 있어서 임대료가 나온다. 온라인에 대한 수요는 상승하고 있는데 공급이 멈춰 있으면 결국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진다. 또 물류는 상온 시장과 저온 시장이 나누어져 있다. 상온은 일반적인 택배 물류를 보관하는 시설이고, 저온(냉동)은 신선 식품을 저장하는 시설로 임대료가 상온 대비 2배 비싸다. 그동안 냉동 시장은 어느 정도 공급 과잉이 맞는데 현재 물류 리츠가 갖고 있는 건 대부분 상온이다. 물류 섹터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나치게 저평가 돼 있다고 본다.
-향후 계획 및 목표가 있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리츠를 많이 도전하도록 하고 싶다. 부동산 시장 안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퀄리티가 낮은 부동산보다는 퀄리티가 높은 양극화의 상단에서 누릴 수 있는 부동산에 투자하시면 좋겠고, 그런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상장 리츠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성장 궤도에 오른 국내 상장 리츠를 선별적으로 담는 공모 펀드를 론칭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