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용준 기자]
카카오뱅크(323410)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건전성 악화 우려는 한층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신용대출 공급 규모를 늘리는 등 ‘포용금융’에 집중한 결과로 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고정이하여신(NPL)도 늘면서 자산건전성 관리에 긴장감이 높아진 모습이다.
고객 확보 총력전…실적 개선 효과
3일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약 52.5% 늘어난 10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영업수익은 56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4.3% 늘어난 1364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인 지난해 3분기(1046억원) 기록을 뛰어넘었다.
고객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118만명으로 지난해 3월(1861만명)보다 약 14% 늘었다. 고객 및 고객 활동성 확보는 수신과 여신 규모의 확대로 이어져 수신 잔액은 출범 이후 최초로 40조원을 넘어 약 4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여신 잔액은 29조3000억원 수준대로 2분기에는 30조원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 오피스 (사진=카카오뱅크)
이 같은 성장세는 카카오뱅크가 제1금융권 가운데 가장 낮은 대출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가능했다는 평가다. 낮은 금리와 편의성을 바탕으로 대출을 공급한 결과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고른 여신 성장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출시 1년 만에 잔액 2조4000억원을 달성했고, 신규 취급액도 올해 1분기에만 1조437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7940억원)에 비해 급증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올해 3월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11%로 17개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주택담보대출 또한 3월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또한 16개 은행 중 최저 수준 4.04%를 기록했다.
기존 시중은행이 취급하던 대환대출 고객 흡수 전략도 성과를 거둬 대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추이도 작년 1분기 50억원이던 것이 올해 1분기에는 8660억원으로 급증했다.
중저신용대출 지속 의지…건전성 악화 가능성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에 중저신용자, 금융 이력 부족 고객들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공급했다.
중저신용자 대상 무보증 신용대출 잔액은 약 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중저신용 고객 신용대출 공급 규모만 놓고 보면 카카오뱅크의 포용금융 노력은 더욱 눈에 띈다. 고신용대출없이 중저신용만 공급했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도 올해 1분기 중저신용 대상 대출 공급 규모는 2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카카오뱅크의 저금리 영업이 건전성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에 이자수익(4511억원) 대비 이자비용(1892억원) 비중이 41%로 전년도 1분기(24%)보다 17%포인트가량 증가했다.
같은기간 연체율은 0.26%에서 0.58%로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1분기 64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125억원으로 2배가량 불어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25%에서 0.43%로 0.18%p 늘었다.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신용대출 연체율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신용대출 연체율은 시장 일반과 동일하게 카카오뱅크도 상승 추세에 있다”라면서 “3월 현재 신용대출 연체율은 0.64%(고신용대출+저신용대출)로 고신용 대출과 중신용 대출의 연체율은 약 3~4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고신용대출보다는 중신용대출의 연체율이 지속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충당금과 관련해서 지난해 2분기에 126억원, 4분기에 74억원, 이번 분기에 일회성 충당금 형식으로 94억원 정도를 추가로 적립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가 1분기에 기록한 높은 대출성장률의 숨은 공신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매기지 않는 정책이다. 카카오뱅크는 모든 여신상품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보) 상품 또한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 보니 고객들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카카오뱅크로 주담대 대환대출을 결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두고 김 COO는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 말하자면 카카오뱅크는 편의성과 뛰어난 고객서비스를 통해 수신 전체 조달 비용을 상대적으로 낮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펀딩비용을 가지고 대출금리에서 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많은 고객에게 여신 지원을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주담대가 신용대출보다 장기적이고 이자 고정기간이 길지만 중도상환수수료를 함께 요구하지 않은 것은 가급적 은행 측이 감내할 수 있는 한에서 고객 편의성을 보장하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에 특별한 변동이 없으면 중도상환수수료 정책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3월말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부재하나 중금리대출 취급에 따른 부작용이 불편하게 다가온다”라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시중은행 대비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향후 부동산 중심 여신 구성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연체율은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금융권 전체에서 상승한 상황이지만 인터넷은행으로서 중저신용자대출을 강화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전체적 여신 포트폴리오 내에서 담보보증비율을 높이고 카뱅스코어 등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통해 연체율을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