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위기의 건설사)③현대ENG, 확 줄인 공급…실적 개선도 '요원'
지난해 목표 대비 28% 공급 그쳐…올해 목표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감소
올해 분양물량 중 74.2%가 지방…대구 등 위험지역 많아 '미분양' 가능성
공개 2023-03-28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4일 12:0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전국 미분양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7만5359호로 전월 대비 10.6% 증가하며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경고와 함께 올해 안에 미분양 주택 수가 10만호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분양 리스크'는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에게는 치명적이다. 올해 미분양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사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국내 주택 공급목표 달성률이 30%를 채 넘지 못했다. 올해는 목표치를 대폭 줄이는 등 소극적인 사업 추진으로 실적 반등의 여지조차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올해 분양예정 물량이 지방에 대거 몰려 있어 '미분양 리스크'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4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의 연초 공급목표는 2만3148세대였지만, 실제 공급 물량은 목표치의 28%인 6486세대에 불과했다. 미분양 발생을 우려해 분양을 대거 연기하면서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올해 공급목표는 1만584세대로, 지난해 목표치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확 낮췄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일부 물량이 올해로 이월됐다"라며 "이월 물량 중 분양일정이 잡힌 곳도, 미정인 곳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에서 주택 및 건축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총 매출 대비 국내 건축·주택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5.4%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주력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 플랜트·인프라부문(37.2%)과 매출 비중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연간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국내 건축·주택부문(38.5%)의 비중이 해외 플랜트·인프라부문(31.7%)보다 앞서기도 했다. 이는 결국 국내 주택사업 실적이 현대엔지니어링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지난해 공급목표치 대비 낮은 성과율을 기록하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000720)의 사업보고서(종속기업 경영성과)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8조8125억원, 영업이익 11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9.8%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68.1% 대폭 감소했다.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의 원가율 조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분양물량 이월로 인한 공사 연기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올해 목표치의 달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올해 분양 시장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분양 물량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 시장이 얼어붙는 추세다.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7만5359호로 10년 2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미분양 물량 10만호까지는 예측 내지 각오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3.5%로 여전히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또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p에서 1.5%p로 확대됐다. 기준금리 차이가 22년여 만에 역대 최대 폭을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리가 더 인상된다면 당연히 대출 이자 부담 등으로 분양 시장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부정적인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공급 예정 물량 중 대부분이 '지방'이라는 점도 리스크다. 올해 분양일정이 잡힌 총 9318세대 중 지방 물량이 6912세대에 달한다. 비중으로 따지면 74.2%의 물량이 지방에 쏠려 있는 것이다.
 
특히 충남 아산시에 1000세대 규모가 넘는 대규모 분양이 2건 예정돼 있다. 아산모종2지구 공동주택(1063세대)와 HS 아산 센트럴(1213세대)이다. 아산시는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아산시의 미분양 주택 수는 1064호였지만, 지난달 15일 기준으로는 109.5% 증가한 2229호를 기록했다.
 
이런 지역에서 총 2276세대 대규모 분양은 '미분양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HS 아산 센트럴의 1213세대 중 320세대는 오피스텔이다. 최근 아파트에 대한 청약, 대출, 세금 등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오피스텔의 미분양 가능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034950)가 미분양 물량이 대거 적체된 점 등 미분양 리스크가 큰 '위험지역'으로 선정한 곳에 분양하는 물량도 많다. 한국기업평가는 대구, 대전, 울산, 인천, 포항, 경주, 세종 등에서의 분양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대구 대봉1-2지구 재건축(408세대), 대전 도마변동1 재개발(671세대), 울산 KTX역세권 주상복합(아파트 426세대, 오피스텔 298세대), 울산 HS 문수로 센트럴(602세대) 등 해당 지역에서 총 2405세대 규모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전체 물량의 4분의 1 수준이 위험지역에 분양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하거나, 또다시 분양일정을 연기하면서 공사 지연 등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상품성 개선 및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른 분양 시기 조절 등 충분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주택사업 외 역대 최고 수준의 신규 수주 및 수주 잔고량을 확보한 해외 플랜트 사업 등을 통한 기업 전반의 수익성 개선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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