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제욱 기자]
DL이앤씨(375500)가 대형 건설사 중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주택부문 매출 비중이 높아 원가 상승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올해 주택 사업 실적도 저조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한편에서는 DL이앤씨가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어 해외 수주 확대를 통해 실적 회복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큰 상황이다.
20일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지난해 연간 누적 영업이익 전망치는 5255억원으로 전년(9573억원) 대비 45.1%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상장 건설사가 대부분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원가부담 탓에 실적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DL이앤씨의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 또한 7조509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전년(7조6317억원) 대비 1.6% 줄어들며 역성장이 예상된다.
DL이앤씨가 특히 국내 주택부문에 집중해 왔던 만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해당 부문에서의 원가율 관리 실패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DL이앤씨의 지난해 3분기까지 주택부문 누적 원가율은 84.7%로 전년 동기 79.8%에서 4.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L이앤씨의 전체 매출에서 국내 주택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4%에 달한다. 그러나 주요 원재료인 철근, 레미콘, 시멘트 등은 지난 2020년 대비 각각 52.1%, 12.6%, 35.3% 급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주택시장은 미분양이 다수 속출하는 등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에 더해 공공공사 발주도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국회에서 최종 확정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5조원으로 지난해(28조원)보다 10.7% 감소했다.
DL이앤씨는 국내 '먹거리'가 줄어들면서 해외로 눈을 돌릴 전망이다. DL이앤씨는 이전과 달리 올해 해외 플랜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저가 수주로 인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해외 수주액을 1조원대로 유지하며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약 2조5000억원, 지난해에는 약 1조2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긍정적인 점은 DL이앤씨가 해외 사업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 놨다는 것이다. DL이앤씨는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남아시아 지역 대신 '신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건설사 중 한 곳이다.
지난해 11월 DL이앤씨는 미국 내 첫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수주에 성공했고, 향후 이를 발판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총 공사 금액은 약 1조6700억원 규모로 DL이앤씨의 미국 현지법인인 'DL USA'가 미국 건설사인 '자크리 인더스트리얼'과 공동으로 수행한다.
DL USA의 수주 금액은 약 6600억원으로 설계와 주요 기자재 구매를 담당한다. 현지 시공과 벌크 자재 구매 등은 자크리 인더스트리얼이 담당한다. 현장은 미국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의 접경지역인 오렌지 카운티 내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DL이앤씨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러시아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인 동시에 3대 산유국에 속하기 때문에 플랜트 사업을 진행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DL이앤씨가 러시아에서 수주한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 플랜트 현장.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는 지난 2020년 초 국영 석유기업인 가즈프롬네프트가 발주한 공사비 3200억원 규모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2021년 12월에는 공사비 1조5708억원의 '발틱 화학단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현재 해당 프로젝트의 매출 인식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러시아 현장은 전쟁의 여파로 진행의 차질이 있는 것이 맞다"라며 "그러나 종전 이후 상황이 진정되면 추가 수주 등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DL이앤씨는 이란에 대한 희망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1975년 이란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신시장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5년 이란 핵 합의가 이뤄진 후 2조2000억원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로 해당 계약은 취소 수순을 밟았으나, DL이앤씨 측은 여전히 이란에 지사를 운영하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올해 플랜트 수주 목표는 3조6000억원으로 목표 달성 시 오는 2024년부터 관련 부문 매출액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지난해 3분기 기준 해외 플랜트 매출 비중이 9%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수주 증가에 따라 성장세도 가파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DL이앤씨는 해외 플랜트부문 매출 비중(2021년 6%)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다.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시장은 주택부문의 위축과 함께 SOC 예산 감소로 인해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는 해외 플랜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매출 확대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