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IBK연금보험이 지난해 10월 일반계정 초회보험료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납 형태로 판매했던 저축성보험(연금보험) 금액이 1조원에 달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방편이지만 부진한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6일 생명보험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IBK연금보험은 지난해 10월 누적 기준 일반계정의 초회보험료가 1조78억원으로 전달(9월 누적) 227억원에 비해 4339.6%(9851억원) 급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7150.4%(9939억원) 늘었다.
작년 10월 한 달에만 초회보험료가 1조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반계정 수입보험료는 1조510억원에서 2조1246억원으로 1조736억원 늘었다. 수입보험료는 초회보험료에 납입 2회차 이후와 2년도 이후까지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일반계정과 달리 특별계정에서는 초회보험료가 711억원으로 4.1%(2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입보험료는 5219억원에서 5689억원으로 470억원 증가했지만,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특별계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33.2%에서 21.1% 수준으로 낮아졌다.
초회보험료 급증은 저축성보험에 속하는 연금보험을 일시납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IBK연금보험은 지난해 10월24일부터 31일까지 납입기간 5년에 확정금리 5.3%를 제공하는 상품(IBK 5년든든연금보험)을 판매했다.
이와 관련 IBK연금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초회보험료 증가는 저축성보험 판매에 따른 영향이다. 특별히 늘어난 이유는 그것밖에 없다”라면서 “연금보험만 팔고 있기 때문에 그 상품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일시납 상품의 갑작스러운 증가는 다른 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IBK연금보험의 지급보험금은 1조8605억원으로 9월(1조5794억원)보다 2811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108억원 증가했다.
주력 상품이 저축성보험인 만큼 금리상승에 따른 상품 해약 증가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IBK연금보험은 특히 특별계정인 퇴직연금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자금의 대규모 유출 발생 가능성도 위험 요인으로 따른다. 회사의 특별계정 부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3조3524억원으로 부채총계의 31.6%에 달한다.
선제적인 자금 확보를 통해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로 꼽힌다. 이번 초회보험료 급증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5%가 넘는 높은 금리로 저축성보험 상품을 판매했던 만큼 이자율차 역마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IBK연금보험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해 9월 기준 2.76% 수준이다.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임에도 전년 동기보다 0.68%p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44억원으로 39.9%(228억원) 줄었다. 보장성보험을 취급하지 않아 위험률차 이익 기반이 부족한 만큼 자산운용 이익의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적 측면에서는 운용자산의 포트폴리오 잠재 리스크가 다소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영업 부문에서 제한된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자산운용 전략을 적극적으로 가져간 것인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판매한 고금리 상품이 이차역마진 부담으로 이어지고, 다시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IBK연금보험의 재무위험에 대해 “수익성 위주의 자산운용으로 포트폴리오 잠재 위험은 다소 높은 수준이다”라면서 “운용자산 내 고위험·고수익 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외부경기 변동에 따라 투자영업 부문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