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커지는 적자에 고꾸라지는 몸값…연내 IPO재추진 불투명
7년째 적자 지속 상장 저해 우려…물류 등 투자 대비 수익성 제로
4조원에서 1조원으로 몸값 추락…기업가치 회복 쉽지 않을 전망
공개 2023-01-12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0일 11: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백희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계획을 보류한 컬리를 두고 이견이 교차한다. 몸값을 회복하기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연내 상장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문제는 물류 인프라와 신사업 확장 등 비용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도 컬리의 상장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컬리가 코스피 상장 연기를 결정하면서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컬리는 긴축된 경제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꺾인 가운데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연내 상장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컬리는 지난해 8월22일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당초 컬리는 ‘이커머스 대어’라 불리며 상장 추진력 기대감을 모았지만, 결국 철회 입장을 냈다. 컬리의 이번 상장심사 승인효력은 2월22일까지다. 예심 통과 후 6개월 이내 공모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투자유치 등 재절차를 밟아야 한다. 아직 기간이 한달가량 남아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공모 절차에 다시 추진하기는 어렵고,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장 지연을 밝힌 데는 다른 중단기적 계획이 나왔거나, 상장이 아니더라도 투자자나 새로운 자금처 등 여지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컬리는 2021년 12월 기준 2500억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자금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은 바 있으나, 현재는 장외 시가총액 3조원 가량이 증발된 상태다. 투자은행(IB)업계 등은 당장 컬리가 몸값 재평가에 나서더라도 1조~1.5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한다.
 
컬리의 상장 연기로 향후 몸값 재정비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일각에선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연내 상장이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째 적자가 늘고 있는 컬리의 2022년 흑자 전환도 어려울 수 있는데, 저평가된 기업가치가 쉽게 회복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컬리는 지난 2015년부터 7년째 적자 폭을 늘려 왔다. 2021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177억원으로 전년(1163억원) 대비 87.1% 증가했다. 반면 매출은 63.8% 상승한 1조5614억원이었는데, 눈에 띄는 점은 외형 성장을 할수록 영업적자 폭도 동시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익 창출력이 떨어지다 보니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 유출액은 797억원 더 빠져나간 1384억원이었다. 차입 부담은 늘었는데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은 각각 104억원(18억원 증가), 247억원(217억원 증가)으로 나타났다.
 
컬리는 투자 등 지속적인 비용 유출로 수익성에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컬리의 정체성인 새벽배송은 물류센터 구축 등 초기 자금소요가 크다. 컬리가 올해 상반기 평택·창원 물류센터 개장을 준비 중인 가운데, 전국 권역을 소화할 수 있는 물류 인프라 확충을 위한 컬리의 향후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고비용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콜드체인 시스템 적용과 이에 따른 배송 담당 인건비 등이 상당하다. 컬리의 경우 자체 물류센터 외 외주비용도 커 수익성 측면에선 불리한 구조다.
 
컬리는 현재 신선식품 외에도 화장품(뷰티컬리), 완구(컬리걸스), 반려동물 용품, 대형가전 등 비식품군까지 사업 볼륨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여기에 물류 인프라 확장을 위한 막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아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설립 이후 컬리 결손금은 1조8425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컬리의 적자 지속은 새벽배송을 품는 물류 인프라와 문어발식 사업 팽창 등에 따른 비용 증대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매출 대비 비용소요가 큰 까닭이다. 특히 컬리는 지난 2015년부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율이 70~80%에 달했다. 2021년 연결기준 원가율은 매출의 81.2%였는데, 이 중 비중이 큰 운반·임차료는 전년 대비 57.5% 증가한 1238억원이었다. 배송비 포함 차량유지비도 8배 가까이 늘어나 5억원이 됐다.
 
2021년 컬리가 선보인 재사용 보랭박스 '컬리 퍼플 박스'.(사진=컬리)
 
컬리는 마케팅비용도 아끼지 않고 있다. 2021년 연결기준 광고선전비는 전년 대비 435억원으로 46.8% 상승했다. 업계에선 컬리가 적자를 보더라도 공격적인 마케팅활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광고뿐 아니라 제품 하나하나 디스플레이 하고, 상품 페이지를 만들 때도 공들이는 비용이 큰데, 특유의 보라색으로 ‘포장’하는 컬리식 마케팅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컬리의 비용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나지 않는 것과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현재 지분율이 5.75%로 낮은 점 등도 상장 재추진의 저해 요소다.
 
컬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뷰티 부문 등 신사업을 지속 추진하며, 물류 경쟁력도 강화할 방침”이라며 향후 상장 계획에 대해선 “기업가치를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적기를 찾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황백희 기자 h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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