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 시름 깊은 남양유업…수출이 활로 될 수 있을까
부진한 내수에 매출 내리막길·잉여현금흐름 '적자'
해외 수출 적극적이지만 국내 신뢰도 실추가 변수
공개 2022-12-20 07:00:0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6일 15:3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백희 기자] 남양유업(003920)이 분유사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저출생이 심화되는데다 수입분유 수요 증가 현상까지 두드러지며 시장여건은 악화되는 실정이다. 남양유업은 내수시장의 부진을 해외 수출로 보안하는 방안을 택했지만 국내 신뢰도가 실추된 상황에서 해외시장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지난해 분유류 매출은 1773억원으로 전년대비 7%가량 줄었다. 3000억원대 매출이 나왔던 2016년과 비교하면 40%넘게 급감한 수치다. 분유류 매출이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대로 쪼그라들었다. 
 
분유사업의 외형 축소는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부터 시작된 불매운동이 불가리스 사태까지 이어지는 등 수년간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저출생 기조에 가속도가 붙었을 뿐 아니라 외국분유 선호 현상까지 나타난 결과다.
 
주력사업인 분유사업이 위축되며 남양유업의 전체 영업실적은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난 2020년 영업손실로 돌아선 이후 좀처럼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연간 1조원대를 유지하던 매출 규모도 같은 해 무너져 정체 수준에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률은 8.4%로 전년 동기 대비 0.3%p 올랐고, 현금흐름 지표는 악화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되며 잉여현금흐름(FCF)도 올 상반기 기준 마이너스(-)285억원으로 적자상태를 지속 중이다. 통상적으로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FCF가 마이너스면 외부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키운다.
 
 
남양유업은 수년 전부터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수출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외부 정세 영향 등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남양유업의 분유 수출 매출은 작년을 기점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21년 분유류 수출 매출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266억원이었고, 올해 3분기엔 288억원으로 지난 연간 수준을 넘어섰다. 남양유업은 2022년 분유제품 수출액 300억원 이상을 실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수출 국가별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 분유 수출지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압도적인 만큼 중국시장을 필두로 해외 판로를 확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aT FI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조제분유 수출량과 수출액에서 중국이 각각 73.6%, 68.3%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중국 내 국산과 수입산 경쟁이 치열하고 자국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키우려는 현지 기조가 있지만, 시장 잠재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남양유업은 중국을 포함한 베트남, 캄보디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도 분유를 공급 중이다. 특히 캄보디아는 출생률이 한국보다 4배 많으면서도 분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남양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남양유업의 대표 분유제품 '임페리얼XO', '아이엠마더'.(사진=남양유업)
 
내수 공략만으로 타개가 어려운 국내 분유시장에서 해외 판로 개척은 주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탄탄한 국내 입지가 기반이 됐을 때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한 일이다. 갑질 논란 등으로 불거진 장기적인 불매 움직임이 남양의 내수 기반을 끊임없이 흔들고 있다는 것은 중대한 변수다.
 
2017년 30%를 육박하던 남양의 시장점유율(MS)은 4년 만인 2021년 절반 수준(15.1%)으로 떨어졌다. 수입산 분유 유입의 증가가 국내 분유시장 위축을 거든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남양에 대한 자국 신뢰도 추락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품질과 기업의 문제는 별개일 수 있으나,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때 고려하는 요건 중 하나가 기업 이미지인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저출생 기조가 심화되는 가운데 해외시장으로 빠르게 눈을 돌리는 것도 기업 성장의 방편”이라며 “하지만 각국에 맞게 영양 설계가 되는 분유제품 특성상 내수가 주요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있고, 국내 기반을 통해 해외시장을 잡아야 의미가 클 것”이라고 했다.
 
남양유업이 해외 수출을 통해 내수 부진을 일부 만회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점은 존재한다. 전체 분유 매출에서 수출액 비율이 5분의 1 수준인 만큼 내수가 흔들리면 수출을 늘려도 빈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남양의 국내 분유 매출은 수출 규모 500억원대를 돌파했던 2016년부터 최근까지 감소세를 이어왔다. 그 영향으로 지난 2016년 총 매출에서 24.5%를 차지하던 분유 매출이 작년엔 18.5%까지 감소했다.
 
단기간 내 약진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멀리 내다보겠다는 게 남양의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대표 제품인 임페리얼XO, 아이엠마더 등을 앞세워 분유류 수출 사업에 힘쓰는 한편, 분말제품의 소비 연령층을 확대해 내수시장의 손실을 흡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동후디스 하이뮨의 성공이 성인 분말식 시장의 성장성을 입증한 배경도 고려할 만하다. 남양유업은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한 유음료, 이유식 등 보완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할 계획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남양의 분유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령화에 발맞춘 성인용 분말식 상품화를 추진 중에 있다”면서도 “국산 분유제품의 해외시장 선전이 내수 매출에도 긍정적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백희 기자 h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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