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고바이오, 종속회사 유증 후 무감…이상한 자본 늘리기?
엠지비엔도스코피 유증 참여 10일 만에 무상감자 결정
유증은 채무상환·무상감자는 자본잠식 해소…"목적 달라"
주식 가치 하락 우려…감자 이후 추가 유증 여부에 '촉각'
공개 2022-12-08 07:00:0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6일 18:4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생체용 금속과 외과용 수술기구를 제조·판매하는 코스닥 상장사 솔고바이오(043100)가 종속회사 엠지비엔도스코피에 대한 유상증자와 무상감자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통상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는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꼽히지만, 솔고바이오는 유상증자를 진행한 뒤 무상감자를 추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안팎에선 솔고바이오의 재무적 여력도 녹록지 않은 데다 종속회사 유상증자 참여에도 재무개선이 완벽히 되지 않아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무상감자가 마무리되면 또다시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솔고바이오 안성 공장. (사진=네이버 지도)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솔고바이오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종속회사인 엠지비엔도스코피의 보통주 6주를 1주로 무상병합하는 무상감자 안건을 결의했다. 감자비율은 83.33%로 감자 후 엠지엔도스코피의 주식 수는 기존 923만8838주에서 153만9806주로 줄어든다. 감자기준일은 오는 29일이다.
 
무상감자는 자본금을 줄여 자본잠식과 같은 회계상 손실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누적 결손금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쌓인 기업에서 활용한다. 엠지비엔도스코피의 경우 지난해부터 순손실이 발생한 이후 올해 자기자본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문제는 이번 무상감자가 유상증자 진행 뒤 10일 만에 추진됐다는 점이다. 앞서 11월18일 엠지비엔도스코피는 최대주주인 솔고바이오에 760만주를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솔고바이오는 자기자본(351억원) 대비 10.82%에 해당하는 38억원을 엠지비엔도스코피에 출자했다.
 
일반적으로 상장 기업들이 무상감자 직후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자본잠식 기업이 무상감자를 통한 자본잠식 해소 없이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자본금과 자기자본이 둘 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본금과 자기자본이 동시에 증가하면 자본잠식이 해소되지 않는다. 실제로 유상증자 후 엠지엔도스코피의 자본금은 기존 8억1900만원에서 46억1942만원으로 불어났다. 자본금 증가분만큼 자기자본도 –10억7900만원에서 29억원 정도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탓에 자본잠식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솔고바이오는 유상증자가 무상감자와 별개의 목적으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은 엠지비엔도스코피의 채무상환을 위한 조치였고, 무상감자는 엠지비엔도스코피가 솔고바이오의 연결재무제표에 손실로 잡히는 상황을 감안해 자본잠식을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무상감자가 마무리되면 엠지비엔도스코피의 자본잠식 문제는 해결된다. 자본금이 자기자본보다 낮은 7억6990만원으로 줄어드는 덕이다. 다만 유상증자 후 무상감자인 만큼, 감자가 끝나면 또다시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자본금을 억지로 줄였기 때문에 자금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미 한차례 유상증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또 신주를 발행할 경우 기존 주식 가치는 낮아지게 되고, 주주들이 받는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유상증자가 한 번 더 추진된다면 그때는 대상자가 최대주주인 솔고바이오가 아닌 다른 제3기관 또는 일반 주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솔고바이오는 앞선 유상증자에서 이미 38억원을 지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솔고바이오는 별도기준으로 지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40억~11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차입금의존도 또한 33%에 달해 재무여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종속회사는 모회사의 출자를 받는 것이 훨씬 간편하기 때문에 무상감자 자체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라며 “종속회사가 무상감자를 진행하는 것은 모회사의 종속회사 지원 형편이 썩 좋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경우엔 종속회사를 흡수합병해 사업부만 편입하고 법인 자체를 소멸시키기도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자금조달을 한다면 외부 투자자를 물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솔고바이오 관계자는 “현재로서 추가적인 유상증자는 계획된 바 없다”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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