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자기자본 확충 노력동시에 대규모 중간배당도 의결…실적 부진에도 배당규모는 늘어재무건전성 개선 위한 운용의 묘…단순 지표관리 지적도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KB증권이 올해 세 번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자기자본 확충에 나섰다. 증권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자기자본을 늘리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KB증권이 실적 부진에도
KB금융(105560)지주를 대상으로 대규모 현금배당을 결정함과 동시에 KB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배경을 놓고는 의문의 시선이 나온다. 배당재원을 직접 채무상환자금으로 활용하는 것과 비교해 같은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자기자본 규모가 더욱 늘어나는 만큼 재무건전성 개선 효과를 꾀하는 운용의 묘로 볼 수 있는 반면 단순 회계상 재무지표 개선에 불과하고 이에 따른 이자부담을 안게 된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9월26일 이사회를 열고 2500억원 규모의 사모형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의결했다. 신종자본증권은 9월30일 발행됐으며 가운데 2300억원은 KB금융지주가, 나머지 200억원은 기관투자자가 인수했다. 발행금리는 5.5%이며 전액 채무상환자금으로 활용된다.
앞서 KB증권은 올해 3월 21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는 KB증권이 처음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었다. 이후 5월 500억원, 9월 2500억원 등 올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자기자본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일반 회사채보다 발행금리가 소폭 높지만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된다.
KB증권 본사. (사진=KB증권)
다만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놓고는 의구심이 존재한다. KB증권은 이사회가 열린 26일 2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도 함께 결정했다. 배당금 지급 예정일은 10월31일이다. 실적이 지난해보다 급감했는데도 배당금 규모는 지난해 중간배당(700억원)보다 오히려 급증했다.
게다가 KB금융지주가 KB증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배당금은 모두 KB금융지주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2300억원의 자금이 KB금융지주에서 KB증권으로, 2000억원의 배당금은 다시 KB증권에서 KB금융지주로 돌아가는 복잡한 과정을 선택한 것이다.
우선 KB금융그룹은 KB증권의 재무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가령 여유자금을 활용해 부채를 갚으면 단순히 부채가 줄어드는 데 그치는 반면 여유자금과 같은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뒤 부채를 갚으면 채무상환 효과는 같지만 그만큼 자기자본 규모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증권업황 부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투자 확대로 위험익스포저 규모도 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의 순자본비율은 2021년 1422.3%에서 2022년 6월 말 1326.3%로 낮아졌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2021년 말 67.6%에서 2022년 6월 말 89.2%로 높아졌다.
최근 금융당국도 리스크 대비를 위한 자본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KB증권의 자기자본 규모가 늘어나면 재무건전성 지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KB금융지주의 계열사 지원 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실적 부진에도 대규모 배당을 결정한 뒤 다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KB증권은 2022년 6월 말 기준 증권사 자기자본 순위에서
미래에셋증권(006800),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하나증권에 이어 6위다. 2021년 말에는 5위였지만 하나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6위로 밀려났다. 다만 KB증권(5조7804억원)과 하나증권(5조8588억원)의 자기자본 격차가 784억원에 불과한 만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5위 자리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도 대규모 중간배당을 통해 별도기준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상장사로 대규모 배당금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 압력을 받게 되지만 신종자본증권을 보유하게 되면 이러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금운용의 묘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다만 KB증권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에 따라 이자부담을 안게 됐다. 현금배당 2000억원의 5.5%로 매년 110억원의 이자부담을 추가로 지게 되는 셈이다. 또 KB증권에 실제 유입되는 자금보다 자기자본 규모가 더 많이 늘어나게 되는 만큼 실제 체질 개선이 아니라 단순한 회계상 재무지표가 개선되는 데 불과하다는 시선도 피하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사례가 흔치는 않다"라며 "관점에 따라 운용의 묘 또는 단순한 숫자관리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린 정확한 배경은 외부에서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