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주리 기자] 라면 업계 1위 업체인
농심(004370)이 주요 제품 가격을 기습 인상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향후 원가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제품 가격 기습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분기 실적 하락을 부각시킨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농심은 추석 연휴가 지난 후인 다음달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11.3%, 5.7% 각각 인상한다고 24일 밝혔다. 농심의 라면 가격 인상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만이고, 스낵 가격은 올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가격이 인상되는 품목은 라면 브랜드 26개, 스낵 브랜드 23개다.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 폭은 출고가 기준으로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다. 이에 따라 신라면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봉지당 평균 736원에서 820원으로, 새우깡은 1100원에서 1180원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 4월 이후 국제 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상승해 원가부담이 심화됐다"라며 "특히 올 2분기 이후 국내 협력업체의 납품가를 인상하면서 제조원가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면과 스낵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 인상 압박을 감내해왔지만, 2분기 국내에서 적자를 기록할 만큼 가격조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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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가격 인상 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밀과 옥수수, 팜유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조만간 원가 부담도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169.6으로 직전 분기 대비 12.3%, 4분기에도 직전 분기보다 1.2%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북반구 밀 생육 상황이 현재 양호하고, 아울러 러시아 밀 수출이 확대되면서 차츰 가격 안정화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농심이 제품 가격을 기습 인상하기 위해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국내 사업 적자 전환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반기보고서 상에는 국내 사업과 관련해 영업손익을 따로 공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 16일 올해 2분기 실적 자료를 배포하면서 국내 사업 기준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네티즌은 "농심이 이럴 줄 알았다. 일부로 적자 리포트 내서 가격인상의 빌미를 만든거였겠지..밀값 떨어지고 있는데 밀값 떨어지면 가격 내리나??? 진짜 궁금하네(shan****)"라고 반응했다.
여기에 신동원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급여가 늘어난 부분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농심이 최근 공시한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신 회장의 보수총액은 7억3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가량 늘었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