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아름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의 실적 향방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잠정실적에선 선방했지만, 하반기 실적 하락 국면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품 자체 개발, 비메모리 사업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 중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사용되는 반도체 소모품 일부를 국내 협력사와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협력사로는 지난 2020년 반도체용 실리콘 전극·링 국산화에 성공한
월덱스(101160)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반도체 원재료 및 소모품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장비 업체에서 수입하고 있다. 현재 이 부품들의 가격은 국산에 비해 40% 정도 비싼 값에 형성돼 있지만, 삼성전자가 매입하는 원재료 중 국산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하다.
그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캐시카우로 꼽혔다. 3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30% 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DS 사업부는 2020년 21.58%, 2021년 25.81%, 지난해 31.01%의 영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DS 사업부의 영익률은 31.45%를 냈다.
2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의 견조한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0.9%, 영업이익은 11.4% 늘어났고, 전 분기에 비해서는 각각 1%, 0.9% 감소했다.
DS부문에서도 환차익 등 효과로 실적이 상승한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디램, 낸드플래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15%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유럽 매출 비중이 높고, 미국 달러로 대금을 결제하는 반도체 사업 특성 상 달러강세 영향을 받은 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시설(사진=삼성전자)
하지만 최근 D램 가격이 2분기 연속 하락하고, 반도체 사업이 부진해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삼성전자 실적 향방에 대한 우려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IT 기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불안정한 D램 값도 3분기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최대 10%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지어 실리콘 웨이퍼 등 반도체 원재료의 가격은 상승해 반도체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품 자체 개발 및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33조원으로 예정했던 투자규모를 171조원으로 늘렸고, 올해는 반도체를 포함한 미래 신산업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3나노 GAA 공정 도입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란 목표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대비 칩 면적을 축소해 소비전력을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 공정에 도입해 글로벌 팹리스를 고객사로 유치할 것이란 계획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부품 국산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한편, 가격 인하 등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발전으로 수요가 늘고 있고, 테슬라 등 자동차 기업에서도 반도체 수요가 생기는 상황”이라며 “해외 고객사와의 프로젝트 레코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고객사 레퍼런스도 갖추고 있어 매출 볼륨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삼성전자 또한 3분기 반도체 칩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라며 “반도체 부품 내재화를 통해 국내 생산을 하고, 가격을 낮춰 물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부품 협력사들과 여러 가지 비즈니스를 논의 중”이라면서도 “웰덱스 등 실리콘 전극·링 국내 생산에 관해선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