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최근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회계감리절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주된 내용은 감리기간의 지나친 장기화를 방지하고, 금융감독원 조사단계에서 피조치자(회사와 임원,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 등)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감리 절차를 개선하는 것이다.
‘감리’란 ‘회사의 재무제표와 감사인의 감사보고서가 각각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에 부합한지 심사·조사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업무’를 말한다. 감리는 회사와 감사인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를 예방 및 적발하는 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감리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피조치자의 방어권 보장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3월 ㈜셀트리온 등 3개사에 대한 감리결과 조치였다. 감리기간이 3년 이상 걸려서 감리 조치의 효과가 크지 않으며, 감리과정에서 피조치자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되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3월 ㈜셀트리온 등에 대한 감리결과 조치를 발표하면서 “감리기간의 지나친 장기화를 방지하고, 금감원 조사단계에서도 피조치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권고”하였고, 이번에 ‘회계감리절차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감리 절차 개선방안에 대하여 알아보자.
첫째, 감리 조사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제한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연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장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는 바람직한 제도개선이지만, 6개월 단위로 추가연장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서 과거처럼 감리기간이 지나치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국세기본법에 의하면 세무조사 기간은 최소한이 되도록 해야 하며,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감리 조사기간의 연장도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하여 운용해야 한다.
둘째, 피조사자의 실질적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대리인이 질의·답변의 주요내용을 수기(手記)로 기록하는 행위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는 그동안 피조사자의 대리인도 기록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피조사자가 본인 진술 내용과 쟁점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감리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대응해야 했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바람직한 개선방안이다. 분식회계나 부실감사는 엄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감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조사자에게 구두로 요청한 자료에 대하여 3영업일 이내에 문자화된 전자수단 등을 통해 사후 보완하도록 했다. 이는 과거에 감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조사자에게 구두로 자료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구두 요청을 하게 되면 구체적인 요구 내용과 범위에 대한 혼선을 유발하거나 피조사자에게 불필요한 자료제출 부담을 가중할 소지가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서 바람직한 개선방안이다. 오히려 이제야 이런 개선방안이 마련된 것이 늦은 감이 있다.
그 외에도 이번 개선방안에는 피조사자의 문답서 조기 열람을 허용하고, 조치 사전통지 내용을 충실화하고, 피조사자 권익보호수단 활용 안내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번 개선방안은 감리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본 후에 사후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되므로 이를 방지하고, 피조사자의 방어권 보장과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한 것이다. 이러한 감리 절차 개선방안은 바람직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운용이다. 감리 조치를 통해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감리대상이 된 사항이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피조치자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고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업과 감사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번 감리 절차 개선방안이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관련 당사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