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주리 기자]
GS리테일(007070)이 요마트 서비스 개시로 퀵커머스(즉시배송) 사업에 본격 진출했지만 경쟁력과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며 업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는 이달부터 ‘즉시 장보기 서비스’인 요마트의 배송 지역을 전국 200여곳으로 확대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요마트는 요기요와 GS리테일이 함께 내놓은 퀵커머스(즉시배송) 서비스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를 물류 센터로 활용한다. 물품 배송은 바로고와 GS리테일이 지분 투자한 메쉬코리아가 맡는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 노원 및 천안 서북지역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요마트는 7월까지 전국 350여개의 GS더프레시 매장을 통해 요마트 서비스 지역을 늘릴 계획이다. GS리테일은 요마트를 통해 배달 플랫폼이 가진 퀵커머스 역량과 오프라인 매장 연계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요마트는 지난 2020년 딜리버리히어로스토어스코리아(DHSK)가 한 차례 오픈했던 사업이다. 당시 모기업이었던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운영하는 디마트의 국내판이자, 경쟁앱 배달의민족이 2019년 11월 선보인 B마트에 대항하는 서비스였지만, 딜리버리히어로(DH)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를 매각하면서 DHSK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며 사업 철수 수순을 밟았다.
GS리테일이 요마트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째로 올해 1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GS리테일의 1분기 매출액은 2조5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했으나 수익성은 감소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2% 줄었으며 이는 당초 1분기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인 652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디지털 사업이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1분기 디지털 사업 영업적자는 전 분기 대비 30억~40억원 늘며 3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부진했던 SSM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GS더프레시를 비롯해 롯데슈퍼 등 기업형슈퍼마켓(SSM)이 휴일 의무 휴업 등 규제에 발이 묶여 마켓컬리와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동네 식자재마트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GS더프레시의 매출은 3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26.1% 급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SSM 4개사의 점포 수는 1089개로, 3년 만에 150개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이에 GS리테일이 요기요를 통해 GS더프레시를 활용할 수 있는 1시간 내 장보기 서비스 ‘요마트’를 공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급성장하는 퀵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배달의민족 B마트 매출이 포함된 배민의 지난해 상품 매출은 4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92.8% 성장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B마트 매출은 약 3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GS리테일의 요마트에 대해 기대를 점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요마트의 성공에는 요기요 외연 확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요기요의 경우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과 비교해 한참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57.7%, 요기요는 24.7%로 배민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기존 유통 강자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이마트(139480)는 지난달 ‘쓱고우’를 론칭하고 서울 강남에서 즉시배송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이마트는 그동안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의 자회사를 통해 퀵커머스를 운영해왔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전국 30여개 도시에서 1시간 즉시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고 롯데마트몰은 최근 새벽배송을 접으며 주문 후 2시간 내 받을 수 있는 '바로배송'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퀵커머스 시장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에 따른 앤데믹 전환으로 거리두기가 사실상 사라지고 보복소비 심리가 강해진 소비자들의 집콕 문화가 희석되면서 배달앱 이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18~24일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3사의 총 이용자 수는 5047만5131명으로 전월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배민 하루 평균이용자는 전월 대비 9%, 요기요는 16%, 쿠팡이츠는 18% 줄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GS25 가맹점주와의 갈등이다. 퀵커머스와 편의점 모두 근거리 쇼핑 수요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대척점에 서 있는 상황에서 타사와의 경쟁이 아닌 내부 경쟁에 내몰렸다는 주장이다. 특히 슈퍼마켓 GS프레시 제품과 요마트 서비스가 편의점의 것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해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퀵커머스는 유통의 미래인가’에서 퀵커머스가 골목상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가 처음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B마트 출점 지역의 소매유통업체들은 10%대의 매출 감소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퀵커머스’ 기업들은 기존 슈퍼마켓이나 시장 등 골목상권의 제품과 대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퀵커머스는 유통 대기업의 PB 상품 등 골목상권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퀵커머스의 이용률 상승은 골목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GS리테일이 디지털커머스 사업부문을 따로 만들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요마트 또한 그의 일환으로 보인다”라며 “1분기 신사업 부문에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요마트 또한 실적에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기요의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고 롯데, 신세계 등 유통 공룡들이 퀵커머스에 뛰어드는 가운데 사업을 타파해나가는 것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경쟁이 워낙 치열한 부분 등을 포함해 상당 부분 적자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쪽으로 봐야 될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요마트라는 서비스 자체가 이커머스를 통해 SSM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이라며 "일부 가맹점주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편의점에서 파는 상품과 고객층, SSM의 주력 상품과 객층을 비교해보면 대형마트와 겹치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과의 경쟁구도가 아닌, 지에스더프레시가 퀵커머스를 통해 슈퍼마켓, 나아가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디지털 사업의 부진을 상쇄시키기 위해 요마트 카드를 꺼냈다고 보는 것은 어폐가 있다"라며 "요마트는 성장하는 시장에 맞춰 투자가 들어가는 신성장 사업이며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성장성에 맞춰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