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용민 기자] 포스코(#POSCO)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통해 저탄소 친환경 제철 프로세스로의 대전환을 준비하며 미래 경쟁력을 선점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가 철광석과 화학 반응하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것과 달리, 수소는 철광석과 만나 오직 물만 발생시킨다.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은 탄소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제철 프로세스의 해법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인 ‘HyIS 2021 (Hydrogen Iron & Steel Making 2021)’을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기술인 하이렉스(HyREX)를 글로벌 철강사들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수소환원제철모형. (사진=포스코)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은 ‘환원로’에 있다. 환원로는 현재 전 세계 철강사들이 따르는 고로공법의 고로(용광로)를 대체하는 설비다. 환원로에 철광석과 수소를 투입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반응을 일으키게 되며 이를 통해 ‘직접환원철(DIR)’이라 불리는 고체형태의 철이 생산되게 된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환원로는 상용화되지 않았다. 때문에 글로벌 철강사들은 여러 방식으로 수소환원제철공법을 개발 중에 있다.
포스코의 경우 기존에 가동 중인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를 기반으로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는 파이넥스 공정 중 석탄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철광석의 환원에 약 25% 사용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수소를 100% 사용하는 하이렉스 기술 개발을 정부를 포함한 국내 철강사들과 함께 추진 준비 중이다.
반면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 철강사들은 천연가스를 일산화탄소와 수소가스로 개질해 사용하는 샤프트환원로(Shaft Furnace)를 기반으로 한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사진=포스코)
포스코의 유동환원로와 해외 철강사의 샤프트환원로의 가장 큰 차이는 원료의 사용 방식에 있다. 샤프트환원로는 철광석을 파쇄·선별한 후 일정한 크기의 구형으로 가공한 펠렛(Pellet)을 사용하지만, 유동환원로는 별도의 가공 없이 광산에서 채굴한 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한다.
샤프트환원로는 환원반응을 위한 내부 통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정한 크기와 강도를 확보할 수 있는 형태인 펠렛을 사용해야 하지만, 하이렉스 유동환원로는 원료를 혼합하듯이 서로 뒤섞으면서 환원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분광 그대로의 철광석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하이렉스 유동환원로는 샤프트환원로보다 더욱 친환경적인 프로세스를 실현할 수 있다. 펠렛 가공을 위해 소모되는 전력이 100% 그린에너지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펠렛 1톤 생산 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약 50~150kg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철광석 분광을 그대로 사용하는 유동환원로는 원료 가공을 위한 탄소배출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철광석 분광은 펠렛과 비교해 원료 확보가 용이하고 생산 원가가 경제적이다. 지난해 12월 국제철원협회(IIMA, International Iron Metallics Association)는 원료 생산에 대한 추가 투자와 제강 기술 혁신 없이는 2030년 직접환원철용 펠렛 공급 부족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펠렛은 주로 유럽, 미주에서 적철광 또는 자철광만으로 생산되는데, 이는 전 세계 철광석 사용량의 30%에 불과하며, 나머지 70%는 펠렛 제조에는 활용하기 어려운 갈철광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펠렛을 생산하기위해서는 가공 처리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2021년 기준 펠렛은 철광석 분광에 비해 톤당 약 85달러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는 위와 같은 하이렉스의 경쟁력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 및 국내 철강사와 협업하여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산 100만 톤 규모의 시험설비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의 개발 단계는 Lab(콘셉트 검증)-Pilot(연속공정 검증)-Demo(상용화 검증) 단계를 거쳐 상용화 확대로 이어지는데, 포스코는 기존 파이넥스 공정 개발과정 중 확보한 기술과 경험을 활용하여, Pilot 단계 없이 Demo 단계에 돌입, 2028년까지 설비 건설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전용의 신전기로 공정 기술 개발도 추진된다. 수소로 생산한 직접환원철은 탄소가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용융이 어렵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기로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전기로 기술 개발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