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회장, 뒤늦은 동박 재도전 통할까
니꼬동제련 인수에 상당한 자금 소요…추가 조달 불가피
동박 시장 경쟁 심화…2025년 국내 동박 3사 점유율 70%
공개 2022-05-3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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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올해 취임한 구자은 LS(006260)그룹 회장이 첫 빅딜로 LS니꼬동제련을 선택하며 ‘2차전지 소재’ 사업 진출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LS그룹이 과거 매각했던 동박 사업을 부활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지만, 최근 국내외 동박 기업들의 약진과 설비 확충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LS니꼬동제련이 동박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그룹은 지난 19일, 지분 50.1%를 보유 중인 LS니꼬동제련의 보통주 2327만9087주를 9331억원에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JKJS(Japan Korea Joint Smelting)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을 49.9%를 전량 인수해 LS니꼬동제련을 LS그룹의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한 계약이다. 
 
LS니꼬동제련 온산산업장 전경. 사진=LS
 
LS니꼬동제련은 국내 최대 비철금속소재 기업이며, 동으로 만드는 순도 99.99% 이상의 전기 동이 주력 제품이다. 전기 동이란 전선·인쇄 배선 등에 사용하기 위해 전기 분해 등으로 정련한 불순물이 적은 구리를 말하는데, 전도율이 높아야 해서 99.8% 이상의 순도가 필요하다. LS니꼬동제련이 만드는 전기 동은 런던금속거래소에 최고 등급인 ‘Grade A’로 등록돼있고, 자체 동 제련 기술 역시 2010년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100대 기술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생산능력도 뛰어난데, LS니꼬동제련의 온산제련소의 연간 생산능력은 680kt 규모이며 단일 제련소 기준 전기동 생산량 세계 2위다.
 
생산 중인 동박. 사진=SK넥실리스
 
LS그룹이 LS니코동제련을 완전자회사로 만드는 이유는 LS니꼬동제련을 ‘종합소재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LS 관계자는 “LS니꼬동제련을 구리·금 등의 주력 제품뿐 아니라 2차전지 소재와 반도체 소재까지 생산하는 종합 소재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2차전지 소재 생산 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밝혔다는 것이다. 동(銅)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2차전지 소재로는 ‘동박’이 있는데, 구리를 얇은 종이처럼 만든 제품이다. 동박은 2차전지 4대 소재인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중 음극재의 주재료다. LS니꼬동제련은 동 제련 분야의 강자이기에 안정적으로 원재료인 동을 수급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동박을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니꼬동제련이 동박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다. LS그룹 계열사 LS엠트론은 보유하고 있던 동박 사업부문을 지난 2017년 고작 3000억원에 매각했다. 현재 LS그룹 회장인 구자은 회장이 LS엠트론 대표이사였을 때의 일이다. 이때 매각한 LS엠트론의 동박 사업 부문은 두 번의 인수·합병(M&A)을 거쳐 SKC(011790) 자회사 ‘SK넥실리스’가 됐는데,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 1위다. 반면 동박 사업부 매각 이후 LS엠트론은 2018년부터 3년간 적자의 늪에 빠져있었고, 지난해 영업이익 105억원을 내며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구자은 회장이 니꼬동제련 완전 인수로 동박 사업을 부활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LS니꼬동제련이 동 제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동박 사업에서의 성공까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동박 사업을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LS그룹은 이번 니꼬동제련 인수로 상당한 자금을 썼다. 기존에 갖고 있던 자금으로는 부족해 유상감자로 1002억원을 충당하고 재무적투자자와도 손을 잡았지만, 아직 2625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LS그룹의 신인도와 계열사의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인수 자금 융통은 비교적 수월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문제는 동박을 위한 설비 투자에 자금이 또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혁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LS니꼬동제련 추가 지분 인수 관련 외부 자금조달이 계획대로 이루어지면, 2022년 3월 말 기준 LS가 보유한 3871억원의 총차입금은 약 1조1000억원으로 증가하며, 별도 기준 14.6%인 부채비율과 9.3%의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34.8%·22.9%로 상승하게 된다”라고 평가했다. 자금조달은 가능해도 재무안정성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동박 사업을 위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경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S그룹의 올 1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82.4%, 차입금의존도는 39.4%다. 부채비율은 아직 건전성 기준인 200%를 넘지 않았지만, 차입금의존도는 이미 안전성 척도인 30%를 넘긴 상태다. 권혁민 연구원의 의견대로 별도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약 3.74배, 2.46배로 불어나면 연결기준 지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LS그룹은 “향후 기업공개(IPO) 등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을 밝혔다. IPO를 통해 동박 사업을 위한 추가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복병이다. 지금의 IPO 시장은 금리 인상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주식시장이 침체하면서 활기를 잃어,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 대기업 계열사까지 상장을 철회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니꼬동제련이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IPO를 진행하는 데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동박 생산에도 시간이 걸린다. 동박 사업 후발주자로 나선 고려아연의 경우 니꼬동제련과 유사하게 기술·원자재 수급에서의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임에도, 동박 제품 양산에 약 3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0년 100% 출자로 동박 제조 자회사 ‘케이잼’을 설립해 동박 사업을 준비 중이며, 본격적인 상업 생산 시점은 2023년 하반기로 잡고 있다. 
 
니꼬동제련이 동박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경쟁사들의 역량이 강해져 시장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난관이다. 현재 국내에는 2021년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22%로 1위를 기록 중인 동박 사업자 SK넥실리스와 13%로 4위인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솔루스첨단소재(336370) 등이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생산 기지 확대를 통해 연간 5만t인 동박 생산량을 2025년까지 25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안에 미국 내 부지를 확보해 새 공장을 세울 방참이다. 일진머티리얼즈도 2024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을 총 13만t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24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한 솔루스첨단소재는 북미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15만t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2020년 13만5000t이던 자동차 배터리용 동박 수요가 2025년 74만8000t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들 동박 3사가 계획대로 증설에 성공한다면 2025년 세계 동박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학계 관계자는 “동박 시장의 성장세로 볼 때 후발주자들도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국내 기업의 약진과 대만·중국·일본 등의 동박 업체의 성장을 고려하면 수익성 확보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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