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주리 기자]
애경산업(018250)이 설립 37년 만에 처음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며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화장품 기업 ‘원씽’을 새 식구로 맞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하고, 최근 진행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애경산업이 이제껏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전략들을 펼치며 단기간에 회사 경쟁력을 키우려 한다는 평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지난 16일 스킨케어 화장품 기업 원씽의 지분 70%를 14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론칭한 원씽은 디지털 채널을 기반으로 성장해 일본·중국·미국·동남아에서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력 상품은 병풀, 어성초, 인진쑥 추출물 등 화장품 핵심 성분에 집중한 스킨 토너 제품으로 최근 에센스 세럼, 선크림 등을 출시하며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40억원 수준이다.
애경산업이 빈약했던 스켄케어 부문으로 사업확장에 나선 이유는 위축된 실적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1399억원,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78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부문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든 491억원, 영업이익은 0.3% 감소한 69억원이다.
화장품 사업이 소폭 감소한 까닭으로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조치 영향과 브랜드 노후화 이미지, 편중된 브랜드력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 11.32%까지 올라갔던 애경산업의 영업이익률은 이듬해인 2019년을 거쳐 2020년에는 3.80%까지 떨어졌고 2021년에는 겨우 0.44%로 소폭 올라 4.25%를 기록했다. 또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018년 28.48%까지 올랐으나 2020년 3.41%로 추락한 뒤 지난해 4.63%를 기록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 또한 두 자릿수에서 3.63%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원씽과의 인수합병이라는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경산업이 원씽을 인수한 또 다른 이유로는 △디지털 사업부문 역량 강화 △글로벌 시장 진출 다각화 △MZ세대에 맞는 젊은 브랜드 인큐베이팅 등이 꼽힌다. 성장세 둔화와 수익성 하락세에 놓인 애경산업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해외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견고한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 나아가 새로운 브랜드 사업으로 외형 확대를 노리기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애경산업은 최근 디지털 산업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애경산업은 오는 31일 자사의 뷰티매장몰인 AK뷰티몰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주력 브랜드인 AGE 20's(이하 에이지투웨니스) 단독몰을 이달 중 론칭한다. 아울러 디지털 경쟁력 강화 전략에 따라 화장품 브랜드인 에이솔루션 또한 온라인 플래그십몰을 열었다.
또한 애경산업은 최근 적극적으로 해외 화장품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에이지투웨니스는 일본 전역 오프라인 채널에 진출하며 판매 채널 확대에 나섰으며, 판매 채널은 일본 쇼핑몰인 '이온몰', 멀티브랜드숍 로프트, 도큐핸즈 등 일본 주요 10개 채널이다.
일본 진출에 앞서 중국, 동남아, 북미 등에도 진출했다. 그간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화장품 사업부문의 영업을 이어왔으나 최근 아시아 전역과 중앙아시아 지역 등 글로벌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상황이다.
원씽과의 시너지를 통해 에이지투웨니스로 한정된 매출을 분산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중저가 신규 브랜드 양산을 통해 MZ세대에 맞는 젊은 브랜드를 탄생시켜 애경이 가진 고질적인 단점인 브랜드 노후화 이미지 또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둔 것으로 해석된다.
AGE 20's 더블 미백 크림(사진=애경산업 제공)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애경산업 매출은 에이지투웨니스의 비중이 매우 높다"면서 "이 가운데 원씽을 인수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브랜드들도 인큐베이팅이 될 것"이라며 "이 또한 애경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 효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효과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본다"라며 "다만 새로운 브랜드를 빌드업하는 방법이 고민일텐데 한정된 매출을 분산시키는 과정이 현재의 애경산업에게 필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애경산업 화장품 매출의 90%가 에이지투웨니스에서 창출되는 가운데, 에이지투웨니스는 색조 화장품 기반의 브랜드다”라며 “과거에는 홈쇼핑 채널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했지만 최근에는 둔화세를 보이고 있어, 스킨케어 기반인 원씽과의 인수합병은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이어 “성장성과 수익성 강화는 현재 애경에게 주어진 과제”라며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것 외에도 인수합병을 통해 다른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은 애경의 새로운 도전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애경은 성장성과 수익성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인수합병 이후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단일 브랜드 의존도가 컸던 애경산업으로서는 원씽과의 합병이 좋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라며 "스킨케어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도 성장성이 도모될 것으로 판단되며 당장 시너지가 단기적으로 일어난다기보다는 서서히 외형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답했다.
애경산업 측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씽은 스킨케어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라며 "애경산업은 색조 화장품 부분이 강하다 보니 스킨케어에 능한 기업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라고 답했다. 이어 “또한 원씽은 온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보니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다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