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계속되는 적자로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한
한탑(002680)이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목표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원재료 수급 여건이 불안정해 올해도 적자 탈출이 요원한 상황이라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마저 불거지며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잔액인수 조건도 없어 기업 리스크가 커지는 분위기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탑은 167억7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기명식 보통주 650만주를 주주배정(신주인수권증서 보유자 청약) 방식으로 발행한다.
앞서 1차 발행가액(1115원) 당시 모집 금액은 72억4750만원이었는데 이날 최종 발행가액이 2580원으로 확정되면서 모집총액이 늘었다. 청약기일은 오는 9일부터 10일까지이며 신주상장은 24일로 예정돼 있다.
확정발행가액 산정표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조달한 자금은 오는 6~9월 수입하는 원재료 결제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한탑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대다수를 미국과 호주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6월의 경우 호주맥수입(CBH) 11억원, 미주맥수입(UGC) 9억원과 6억원, 미주맥수입(ADM) 4억원, 옥수수수입(COFCO) 6억원, 호주맥수입(VITERRA) 18억원과 15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목표한 자금을 계획대로 조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우선 이번 증자에서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32.68%)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대금 28억7100만원은 무리 없이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청약이 이뤄지는 부분은 예측하기 어렵다.
발행가액 증가로 모집총액이 늘었지만 당초 계획했던 목표 금액은 70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최소한 40억원 넘는 금액을 주주로부터 얻어와야 한다. 그런데 한탑은 모집주선 방식을 적용, 모집 결과 발생하는 미청약분에 대해 인수기관인 하이투자증권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즉 참여율 저조로 청약되지 않는 수량은 미발행으로 이어지고 결국 회사가 목표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도 있게 된다. 이처럼 실권주 잔액인수 기관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수수료 납부도 부담된다는 뜻으로 그만큼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최종 조달금액이 모집하는 예정금액이나 목표 금액에 미달하면 자금을 계획에 맞게 집행하기 힘들어져 사업 운영이나 재무건전성 개선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일반주주 청약률이 20% 수준이면 예정금액 대비 부족한 금액이 105억4500만원으로 추산된다. 30%면 88억6800만원이고 40%는 71억9100만원, 50%는 55억1400만원이다.
주주들 마음을 사기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 이후 영업 환경이 나빠지면서 적자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한탑의 지난해 매출액은 789억원으로 2020년(773억원)보다 늘었지만 2019년(922억원)보다는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억원, -103억원, -78억원으로 적자로 나타났고, 당기순이익도 -97억원, -156억원, -67억원으로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영업이익이 3년 연속 적자로 내몰리면서 관리종목 지정 위험성도 제기된다. 코스닥시장 퇴출요건 가운데 관리종목 조건으로 최근 네 사업연도 영업손실(지주사는 연결 기준)이 있다. 한탑 입장에서는 올해 필수적으로 영업이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부채총계는 지난해 841억원으로 그 전년 대비 3.8% 증가한 반면 자본총계는 524억원으로 11.3% 줄어들면서 부채비율이 137.1%에서 160.4%로 23.3%p 늘었다. 순차입금도 675억원으로 1.5% 증가해 순차입금비율이 112.6%에서 128.8%로 16.2%p 올랐다.
대외 여건도 불안정하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탑은 수입 원재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주요 원재료 매입액 중 수입 비율은 제분(원소맥) 66.6%, 배합사료(옥수수 외) 23.4% 등 90%에 달한다. 정제유지 품목의 배합사료 10%가량만 국내서 매입하고 있다.
한탑은 최초 모집 예정금액이었던 약 72억원보다 조달 자본이 부족할 경우 자사가 보유 중인 투자부동산 등 비업무용자산을 매각해 자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매각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동산은 △경북 칠곡군 토지(12억3900만원) △경남 양산시 토지(8억원) △경북 경주시 토지(6억7500만원) △기타 토지(8억3300만원) 등이다. 해당 장부가액은 지난 2020년 6월 자산재평가 후 취득가액 기준 금액이다.
한탑은 “공모기간 중 경영실적 저하나 주식시장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모집 예정금액의 일부만 청약이 이뤄질 수 있고, 이 경우 미달한 부분은 미발행 처리할 예정이다”라면서 “최초 모집 예정금액 대비 낮은 규모가 조달될 경우 자금 사용 목적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