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라니티딘 사태 최대 피해기업으로 꼽히는
일동제약(249420)이 제품 다양화와 신약 개발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6분기째 적자 늪에 빠져있는 일동제약은 최근 항궤양제 ‘넥시움’ 판매에 나서며 1분기 신기록을 달성했고, 포시가·자누비아 복합제를 허가받으며 당뇨병 치료 복합제 시장 진출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연구개발 (R&D) 확대로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은 상태지만 제품 다양화로 장기 적자를 벗어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올해 1분기 159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한 것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4억원, 당기순손실은 1210억원을 나타냈다. 2020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른 누적손실액은 696억원에 달한다.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지난 2019년 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에서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되면서부터다. 이른바 라니티딘 사태로 불리는 이 사태로 인해 일동제약은 200억원대 매출을 내던 효자품목 ‘큐란’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에는 식욕억제제 성분 ‘로카세린’의 안정성 문제로 인해 1000억원대 규모의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벨빅’마저 퇴출되고 말았다.
이같이 예상치 못한 악재에 직면하기 쉬운 제약업계 특성상 대형 제약사는 손실 최소화를 위해 통상 제네릭(복제약) 품목을 늘리거나 자사의 영업망을 무기 삼아 타사와 공동판매에 나서곤 한다. 또 당장 수익성에는 도움 되지 않을지라도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거나 퍼스트제네릭 출시를 노리는 등 중장기적 실적 반등을 도모하기도 한다.
일동제약은 판매 제품군 확대와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동시에 승부수로 꺼내든 모양새다.
일동제약은 올해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항궤양제 ‘넥시움(에소메프라졸)’ 공동판매를 시작했다. 넥시움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 누적 처방량 1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제네릭인 한미약품의 ‘에소메졸’로부터 1위 자리를 뺏기긴 했으나, 지난해에도 400억여원의 처방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1월에는 SGLT-2 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과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제품명 자누비아)’ 복합제 ‘글로타파정’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포시가와 자누비아는 각각 지난해 400억원이 넘는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두 성분의 물질특허 존속기간이 남아있어 시장 판매는 2023년 9월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이어 2월에는 ‘자렐토(리바록사반)’ 제네릭 ‘자렐리반정’을 허가받았다. 자렐토는 연매출 600억원대의 경구용 항응고제(NOAC)다. 자렐리반정의 경우 자렐토에 걸려 있는 모든 허가가 지난해 만료돼 허가 직후 시판이 가능했다.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동제약에 따르면 회사의 1분기 연구개발비용은 271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7%에 달한다. 현재 △제2형 당뇨병 치료제 2개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2개를 비롯해 △습성황반변성과 녹내장, 안구건조증 안질환 치료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치료제 등 10여개의 신약 개발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다만 임상1상 진행 중인 제2형 당뇨병 치료제 ‘IDG16177’을 제외하곤 모두 비임상단계에 머물러있어 매출 발생을 기대하기엔 매우 이른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S-21762’에 대한 국내 임상2/3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동제약은 S-21762의 국내 판권만 보유하고 있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바 있다. 창립 이후 처음 발행한 전환사채다.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199억원에서 2021년 -111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같은 기간 재무활동현금흐름은 -45억원에서 96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빚을 늘려 현금을 유입한 셈이다. 앞으로 신약 개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약 개발은 미래먹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제약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라며 “연구개발 강화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사업 다각화뿐만 아니라 외형이나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 육성도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