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농협생명보험의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감소로 지급여력비율(RBC) 하락과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도 떨어진 까닭이다.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농협생명보험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부여했다. 농협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구조로 지역 농·축협 채널 기반의 중상위권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저축성 위주의 보험포트폴리오를 감안할 때 신용위험이 낮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농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657억원으로 전년대비 170.8% 증가했다. 다만 이는 회계정책 변경 효과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험이익 창출 규모는 사업규모 대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농협생명의 최근 3개년 평균 위험손해율은 81.3%로 업계 평균(85.8%) 대비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4%로 동종업계 평균(0.40%)을 하회했다.
(표=한국기업평가)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보증준비금 산출기준 등 회계정책 변경 효과에 따른 준비금 환입으로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동종업계 대비 수익성은 여전히 저조하다”라며 “주력 채널인 지역 농·축협 조합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농업 지원 사업비가 수익구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지급여력비율(RBC) 관리 부담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유가증권 계정 재분류로 지급여력금액의 금리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며 RBC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말 1조2000억원에 달했던 매도가능증권평가손익은 작년 말 1000억원을 기록했고, RBC비율은 287.7%에서 210.5%로 77%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대해 송 연구원은 “가용자본의 높은 금리민감도와 금리상승 전망을 고려하면 RBC비율 추가 하락 우려가 크다”면서 “이미 발행한 후순위채의 자본인정액 상각과 콜옵션 행사가능 시점 도래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사진=농협생명)
그는 또 “요구자본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 중으로 진행상황과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며 “지난해 부동산 투자 건 등에서 총 635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하는 등 실물경기 회복 지연이 이익과 자본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채권 이외 유가증권의 수익률과 대출채권 건전성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한 대응력도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가입시점 기준인 원가로 계산해 쌓고 있는데 새로운 회계 기준 도입 이후부터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자본변동성이 커져서다. 이 때문에 농협생명은 최근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자본확충에 나선 상황이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농협생명의 경우 낮은 보험부채 적립이율을 고려할 때 부채 시가평가의 절대적 부담이 크지 않다”면서도 “만기별 자산·부채 매칭은 미흡한 수준으로 지속적인 자산 듀레이션 장기화 필요성이 존재한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행 RBC 기준 듀레이션 갭은 0에 가깝지만 실질 부채 듀레이션을 고려하면 부채 대비 자산 만기가 짧은 상황으로 오는 2023년 도입될 신지급여력제도(K-ICS)에서는 보험부채의 전체 만기를 대상으로 금리위험액이 산정될 예정”이라며 “만기가 긴 종신보험 위주로 보장성 신계약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규제 변화에 대비한 적극적인 자산·부채종합관리(ALM)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