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사외이사들 '거수기' 여전…투자자 보호엔 '온도차'
초대형IB, 작년 297건 안건 논의…부결, 미래에셋증권 1건 그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관련 내부통제·리스크 관리 수준 놓고 이견
공개 2022-03-21 08:50:00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7일 17: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증권사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에서 대부분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투자자 보호 정책에 대해서는 증권사별로 온도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금융소비자보호법,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도 시행 등으로 판매사 책임이 막중해진 상황 속에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수준을 놓고 이견이 갈린 모습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06800)·한국금융지주(071050)(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016360)·NH투자증권(005940) 등 5개 증권사는 작년 한 해 모두 107차례의 이사회를 열고 297건의 안건(보고안건 제외)을 결의했다. 이 가운데 부결된 안건은 1건에 그쳤다. 사외이사의 적극적인 경영감시나 견제활동으로 인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이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실제 그동안 금융권 사외이사들은 평균 5000만원이 넘는 고액연봉에도 이사회 안건에 찬성표 일색을 보이며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역시 대부분 안건이 이견 없이 통과된 반면 투자자 보호 이슈에 대해서는 증권사별로 온도차를 보였다.
 
금융상품 판매 시 적합성·적정성 원칙과 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보호보법이 시행되고, 라임·옵티머스 등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촉발된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 제도가 도입되면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범위에 대한 의견이 갈린 까닭이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부결이 나온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21차례 이사회를 열고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의 전환우선주 변경 투자 승인 등 70건의 안건을 논의했다. 이 가운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조 및 판매에 관한 표준영업행위 시행세칙 제정’ 안건은 사내이사인 최현만 수석부회장, 김재식·이만열 사장과 조성일·정용선·김성곤·이젬마 사내이사 모두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시켰다. 금융투자상품 판매와 사후관리 관련 업무과정별 정책을 수립·통제할 수 있는 체계(Product governance)를 구축·운영하는 등 관리체계가 까다로워진 만큼, 안건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원금 손실과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 후속 조치로 최대 원금손실가능비율이 20%를 초과하는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 대표이사 확인과 이사회 의결까지 거치도록 하는 ‘고난도금융투자상품 제조 및 판매에 관한 표준영업행위준칙’을 마련했다. 금융당국 또한 지난해 금소법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숙려제도 시행하며 금융상품 판매 문턱을 높였다.
 
이사회 입장에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의사결정 책임과 관리·감독 의무가 강화된 만큼, 그 범위와 수준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백아란기자)
  
이 같은 분위기는 KB증권 이사회에서도 묻어난다. 지난해 18차례 이사회를 소집한 KB증권은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 신설에 따른 대응과 내부통제기준 마련에는 사외이사 모두 찬성하며 가결시켰지만 이사회 규정 개정과 고난도 파생결합증권(ELS)판매에 대한 승인과 관련해서는 각각 전성철, 이장영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이사회규정 제11조제2항 제13호자목으로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른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여부를 결정하고 이사회 부의 대상 규정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조 및 판매에 관한 영업행위 준칙’이 추가되는 점에서 개별상품에 대한 판매 승인을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특히 전성철 사외이사는 고난도 파생결합증권(장외파생상품)거래 승인 문제를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권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도 이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옵티머스펀드 최다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총 18회의 이사회가 소집, 76건의 안건을 처리했는데 가장 많은 논의가 있었던 사안이 옵티머스 펀드 보상 문제로 나왔다. 금감원이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하면서 투자원금 전액반환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 분조위 조정안 관련 대응방안 승인은 지난 5월7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논의됐지만, 당시 정영채 사장과 임병순 감사, 서대석·김형신·전홍열·홍석동·정태석·홍은주·박민표 이사 모두 보류의견을 개진하며 4차례나 추가 검토를 이어갔다. 이후 NH투자증권 이사회는 일반투자자에 대해 사적합의를 통해 투자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옵티머스 분조위 조정안 관련 대응방안을 승인했다. 이와 함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등 일괄승인(안)과 차액결제거래(CFD)판매(안) 승인의 건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며 한차례 보류됐다.
 
라임·옵티머스·팝펀딩 등 부실 사모펀드 투자금 전액 보상을 결정한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 이사회는 파생결합증권과 CFD, 기타파생결합증권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관련 제조·판매 승인에 대해서는 100% 찬성으로 가결했지만, 현안상품 보상계획 승인에 대해서는 윤대희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냈다. 아울러 한샘 인수금융·메자닌제공 확약과 두산공작기계 인수금융 확약·참여에 대해서는 각각 조영태, 김정기 이사가 반대의견을 표했다.
 
삼성증권에서는 홍콩계 사모펀드 젠투파트너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젠투(GEN2) 상품 선지급 승인의 건을 한차례 보류했다. 최근 5년간 삼성증권 사외이사들이 내놓은 반대의견이 전무했지만,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이영섭·안동현·장범식·임종룡·장석훈·사재훈·이승호 이사 모두 보류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증권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사회 개최 전 의안을 사전에 공유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거수기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작년의 경우에는 금소법이라거나 여러 가지 정책이 바뀐 것도 있어 관련 내용에 대해 이사진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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