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NH투자증권(005940)이 차기 수장에 정영채 사장을 단독 추대하면서 사실상 연임에 성공, ‘3기기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지난 2018년 취임 당시 내놨던 ‘영업이익 1조원’ 목표를 달성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꾀한 점이 정 사장의 연임가도에 주효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관련 여진이 남은 상황 속에서 조직과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초대형IB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당면 과제도 산적하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정영채 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대표이사는 오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2년으로, 정 사장은 이변이 없는 한 NH투자증권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정영채 3기 체제 출범으로 경영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006800)) 출신인 정 사장은 지난 2005년 NH투자증권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에 기업금융(IB) 사업부 대표(전무)로 합류했으며 2018년 사장직에 오른 후 2020년 연임하며 입지를 닦아왔다는 점에서 경영 안정성을 가져갈 수 있어서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정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지난 2018년 3월 취임 후 4년 동안 호실적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말 NH투자증권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1조2059억원으로 전년동기(7239억원) 대비 66.59% 증가했다. 취임 당시 ‘5년 후 1조원을 버는 아시아 대표 IB로 만들겠다’던 포부를 이룬 것이다.
정 사장 취임 전인 2017년 말 4863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2018년 4908억원, 2019년 522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7935억원으로 1년 전(4892억원)보다 62% 늘었다. 지난해 농협금융지주 내 NH투자증권이 차지하는 순익 비중은 42%에 달한다. 기업금융(IB)과 브로커리지 관련 수수료 수익만 각각 3386억원, 6687억원으로 전년대비 9.8%, 8.9%증가한 영향이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ROA(총자산순이익률)와 ROE(자기자본순이익률)는 2018년 말 0.7%, 6.6%에서 작년 말 1.4%, 13.1%로 개선됐으며 수탁수수료 시장점유율은 2018년 8.05%에서 작년 상반기 9.19%로 뛰었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은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을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결정하며 덩치 싸움도 예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초대형IB 경쟁력 강화,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사진=NH투자증권)
그러나 탄탄대로를 점치기엔 숙제도 많은 상황이다. 증시거래 규모 감소와 시장금리 상승, 지난해 호실적에 대한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업황 저하가 불가피한 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실물 자산 가치 불확실성도 영업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작년 말 기준 채무보증 규모는 2조3875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36.9%를 기록하고 있다. PI성 집합투자증권과 대출금을 고려하면 잠재 재무부담이 내재된 셈이다.
금융상품 판매 관련 리스크도 정 대표의 약점이다. 지난해 검찰로부터 옵티머스 관련 사기·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통보받으며 사법 리스크는 덜어냈지만,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는 남아있어서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정 사장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최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최고경영자로서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부실한 펀드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정례회의를 열고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부당권유 금지위반과 설명내용 확인의무 위반 등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사모펀드 신규판매 3개월 정지와 과태료 51억7280만원의 제재를 받았다. 다만 정 사장 등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추후 심의하기로 했다.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제재가 확정될 경우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정 사장의 경우 제재 확정 전 연임이 사실상 결정된 만큼 임기를 수행하는 데 무리는 없지만, 정성적 평가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NH투자증권은 최고경영자의 자격요건으로 지배구조법 제5조와 지배구조내부규범 제36조에 의거해 금융에 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추고 비전을 공유하며 공익성과 건전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 또한 건전 경영 등의 이유로 정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연초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투자증권지부는 투자자의 신뢰 하락 등을 이유로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정영채 사장 4년 동안 경영에 대한 평가와 사장 연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인 67%가 연임 반대에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 입장에서는 조직과 투자자 신뢰 모두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정례회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징계로, 임직원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는 별개"라며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추후 당국에서 결정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증권사 다른 관계자는 "
하나금융지주(086790) 함영주 회장 내정자도 법률적 문제가 있었지만, 차기 수장에 결정됐다"면서 "소송결과와 별개로 후보추천이 이뤄지고 있고, 추후 제재가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임기를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