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에도
LG전자(066570)는 역대 최고 매출을 올리는 등 선전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그간 구광모 LG 회장이 추구한 고객 경험 향상과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제품들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점 역시 이런 고객 공략이 매출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인 74조7219원을 기록했다. 2020년까지 63조원대에 머물러 있던 매출액이 지난해 처음 70조원을 넘어서며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연간 영업이익은 3조8677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LG트윈타워.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8.7%가 증가하면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는 점은 LG 오브제컬렉션과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고가 프리미엄 제품이 선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잠정 실적발표 외에 사업본부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생활가전(H&A)사업부문과 TV(HE)사업부문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앞서 구광모 LG 회장은 취임 후부터 올해까지 고객 경험을 중요 가치로 내세웠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은 제품·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직접 경험한 가치 있는 순간들 때문에 감동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결국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파악해 어떤 제품이라 할지라도 고객들이 사용하는 제품에서 지속적인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LG전자는 여러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내 고객시스템을 통합한 ‘원뷰(One View)’를 도입하면서 제품의 구매부터 배송, 멤버십, 사후관리까지 고객들의 경험 이력을 한곳에 취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프로액티브 서비스를 통해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제품의 작동상태를 분석하고 예상되는 고장을 사전에 감지해 LG 씽큐 앱에서 고객에게 알림과 자가조치 가이드를 보내는 등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고객 중심 서비스는 단순히 고객 경험 제공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던 점이 LG전자의 실적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LG전자의 생활가전 주력 제품인 LG 오브제컬렉션은 세탁기, 냉장고에 이어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분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TV는 OLED TV와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다양화하면서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소비자들의 TV 구매 패턴이 고급화, 대형화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OLED TV 비중 확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LG OLED TV의 연간 출하량은 2020년 204만여 대를 기록했고 지난해 400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LG 스탠바이미. 사진/LG전자
특히 고객 경험을 살린 제품들을 보면, 생활가전 분야에서 지난해 처음 선보인 ‘LG 틔운’은 집 안에서 다양한 식물을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 생활가전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상 LG 틔운은 매출 증대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집안에서 식물을 기르고 싶은 소비자들을 타겟팅 한 것이다. 과거 LG가 의류관리기인 ‘LG트롬 스타일러’를 출시할 때도 옷을 매번 세척할 수 없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출시하면서 판매가 높진 않았지만, 차츰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대중적인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1년 출시된 LG트롬 스타일러는 현재까지 누적 생산량이 100만 대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중국 등 20여 개 국가에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지난해에는 45만 대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 진입에 초기만 해도 매출에 영향이 크지 않은 제품이더라도 시장에 안착하면 매출에 기여하는 바도 커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TV 부문에서는 고객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출시된 제품이 ‘스탠바이미’다. 이 제품은 무빙휠을 활용해 쉽게 이동이 가능하고 시청하는 콘텐츠에 따라 화면을 세로로 돌려 활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폼팩터다. 이미 이런 기술은 여러 회사가 보유하고 있지만, 제품 출시를 통해 고객들에게 직접 제공한 것이다. 지난해 7월 국내에서는 LG가 한정판매에 나서자 품절사태를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고, 이에 최근 홍콩에서도 스탠바이미를 출시하며 글로벌 진출도 노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점차 다양화되고 고급화되면서 다양한 고객 맞춤 전략에 나선 LG전자의 판매 전략과 맞아떨어지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장을 확대하는 등 사업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의 월풀을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의 H&A사업본부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0조5841억원으로, 월풀은 같은 기간 매출 161억7000만 달러(약 18조9189억원)에 그쳐, LG전자가 약 2조원 이상 앞서 있는데, 4분기에도 격차를 좁히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H&A 제품 매출 비중 예상. 사진/이베스트투자증권
자동차 전기장비(VS)사업부문에서는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LG전자 VS사업부문은 2016년부터 해마다 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적자 2조원가량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도입이 확대되면서 올해는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60조원을 상회하는 수주잔고를 확보해 2021년 7.2조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며 “올해는 8.6조원, 2025년에는 13.4조원 수준의 중장기 성장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라 항구를 통한 제품 이송 제한과 항공 이송 물량 증가에 따른 물류비·재고 관리 비용 증가로 인한 실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LG전자 대표이사로 자리한 조주완 사장 역시 이 같은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H&A사업본부의 글로벌 1위를 사수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2373주를 새롭게 취득하며 책임경영 강화 의지도 내비쳤다.
LG전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공급망 이슈 등은 여전히 상황으로 시장 전망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라며 “올해 역시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시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은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