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생명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내년 도입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잠정안이 나오면서,
삼성생명(032830)이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리스크 측정방식 중 주식 위험액을 산출하는 데 장기보유주식 관련 조항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장기보유주식으로 이전하게 되면, 주식 위험액을 약 5조7000억원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년 보험사에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K-ICS를 앞두고 K-ICS 잠정안을 공개했다.
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회계방식에서는 보험부채가 한번 확정되면 그에 맞춰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했다.
금융당국은 IFRS17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보험사의 자산 및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리스크와 재무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는 K-ICS도 함께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RBC(지급여력비율) 제도를 사용해왔다. RBC 제도는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 계산한 값으로, 보험업법에서는 이 비율이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반면, K-ICS에서는 가용자본을 완전 시가평가하고, 리스크 측정방식을 충격시나리오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에 발표된 K-ICS 잠정안을 살펴보면, 주로 자산·부채 평가, 요구자본 산출과 관련해 세부기준이 개선됐다. 특히, 시장리스크 산정방식 중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충격 수준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주식 위험액을 △선진시장 상장주식 △신흥시장 상장주식 △우선주 △인프라주식 △기타주식 등으로 구분했지만, 이번에 ‘장기보유주식’이 추가됐다.
장기보유주식은 회사별로 최대 1개로 운영할 수 있고, 매도하지 않고 최소 10년 이상 보유한다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요구자본은 위험계수 20%를 적용해 산출한다. 이 밖에 주식의 위험계수는 선진시장 상장주식 35%, 신흥시장 상장주식 48%, 인프라 4~49%, 인프라 20%, 기타주식 49%를 적용한다.
보험부채가 시가로 계산되는 새로운 회계기준으로 인해 긴장하고 있던 보험사 중 일부는 이번 잠정도입안발표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특히, 삼성생명은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충격시나리오가 도입될 경우 재무적 부담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작년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21.1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주식 가치는 약 38조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상 중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주식을 대거 처분할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보유하며, 실적 개선에 큰 이득을 봤다. 삼성생명의 작년 9월 말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29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실적이 개선된 데는 삼성전자 특별배당 영향이 컸다. 작년 1분기 중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로부터 특별배당 8020억원을 받았다. 이 중 법인세를 제외한 6470억원이 당기순이익으로 반영됐다.
올해도 삼성전자 특별배당을 기대해 볼 만하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작년 연결 기준 매출 279조400억원, 영업이익 51조5700억원을 거뒀다고 잠정 집계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삼성전자 연간 매출 중 역대 최대치다.
여기에 K-ICS 도입으로 상향하는 주식 위험계수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행 RBC 제도에서 주식 위험계수는 최소 8%에서 최대 16%를 적용했지만, K-ICS 제도에서는 주식 위험계수 폭이 커져 산출되는 위험액이 증가하게 된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선진시장 상장주식’에서 ‘장기보유주식’으로 분류하게 되면 위험계수가 35%에서 20%로 낮아지게 된다. 작년 9월 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 38조원을 기준으로 위험액이 13조3000억원에서 7조60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어 5조 7000억원을 절감하게 된다.
삼성생명은 K-ICS 도입에 대한 최종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장기보유주식 이전 등 삼성전자 주식 분류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내년 K-ICS 도입 관련 재무 관리와 관련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년 K-ICS 도입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K-ICS가 정상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사전에 자본을 충분하게 확보한 상태로, 타 보험사처럼 채권을 추가로 발행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보험업계 및 학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K-ICS 도입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K-ICS 잠정안은 지난달 30일 마련됐으며, 이달 6일 1차 수정을 거쳤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