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배터리 소재 부문을 신사업으로 키워오던
롯데케미칼(011170)이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빠르게 성장하는 ESS 시장을 높은 안전성이 강점인 바나듐이온 배터리로 공략, 수익원을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2021년 11월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가 투자계약체결식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한 모습.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6일 바나듐이온 배터리 제조업체인 ‘스탠다드 에너지’ 지분 약 1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이번 지분 투자에 사용된 금액은 약 650억원이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투자계약체결식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은 이후, 지분 투자 방식과 협력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최종 투자금액 등을 결정했다.
이번에 롯데케미칼이 투자한 스탠다드에너지는 한국과학기술대학교(KAIST)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2013년 설립한 배터리 전문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바나듐이온배터리를 개발해 이름을 알렸다. 바나듐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달리 물을 소재로 한 전해액을 사용해 발화 위험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배터리로, 높은 안정성과 뛰어난 내구성을 바탕으로 한 고효율·고출력이 강점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1년부터 바나듐·아연흐름전지 등 ESS용 2차전지 소재를 연구해왔고, 2019년부터는 바나듐이온배터리용 전해액 사업을 준비해왔다. 롯데케미칼은 자체 개발한 전해액을 스탠다드에너지에 공급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이번 협력은 배터리 개발뿐만 아니라 △전기차(EV)충전소 △UAM(도심항공교통) △재생에너지 활용 사업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작년 5월에는 약 2,1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인 EC와 DMC 생산시설을 대산공장 내에 건설하기로 했다. 해당 시설은 2023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이에 더해 배터리 분리막 소재사업을 2025년까지 10만t, 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본업 외 신사업에도 역량을 쏟는 것은 수익다각화를 위해서다. 지난해 3분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원재료 가격 상승·물류비 증가·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전 분기보다 51.5% 감소했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화학 산업의 특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경우와 같이 본업인 화학 부문에서의 실적이 주춤할 때에도 이를 상쇄하고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도 지난 3일 시무사를 통해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수소·배터리 등 신사업 발굴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 기반을 구축해 글로벌 Top7화학사로의 비전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ESS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로 더욱 떠오르는 산업이다. 태양광, 풍력 등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꺼내 쓸 수 있는 ESS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1060억달러, 우리돈 약 1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고 ESS에 적합한 특성을 갖춘 바나듐이온배터리 등의 수요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ESS용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성장 시장”이라며 “롯데케미칼도 이점을 파악하고 안전성을 강점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