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40대 최익규 부사장 깜짝 발탁한 숨은 뜻
소재 부문서 LG엔솔에 밀리고 하이니켈은 SK온이 선점
소재 내재화·기술력 부문 위협···경쟁력 강화 필요
공개 2021-12-16 08:55: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4일 10:3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삼성SDI(006400)는 최근 인사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에 큰 공을 세운 40대 상무를 차세대 리더로 발탁했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인사 배경은 젊은 인재를 기용해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전략이지만 속 상황을 잘 들여다보면 나이와 관계없이 아직 미흡한 배터리 소재 부문과 기술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9일 총 21명에 대한 2022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로 6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14명이 상무로, 1명이 마스터(Master)로 승진했다. 승진자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은 최익규 부사장이다. 최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을 담당하다가 2009년부터 배터리 소개 개발을 맡아왔으며, 2017년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대한민국을 이끌 100대 기술 주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업계에서 최 부사장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이다. 최 부사장의 나이는 40대로, 대기업 부사장 중에서는 매우 젊은 편이며 특히 기술 임원임을 고려하면 고속 승진한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 부사장의 나이보다 성과에 집중한다. 삼성SDI에 따르면 최 부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차세대 전지 소재 개발을 주도한 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양극재를 개발에 성공해 삼성SDI의 배터리 신제품 GEN6 탄생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승진의 배경이 됐다.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는 비싼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높여 배터리 단가를 낮춘 이른바 하이 니켈(High-Nickel) 배터리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SDI의 GEN6 역시 기존의 배터리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차량의 주행거리를 700~800㎞까지 늘린 첨단 제품이다.
 
하지만 지금의 배터리 업계에 있어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다. 최 부사장이 승진된 것도, 공을 치하하는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부사장 등 기술진의 노력으로 GEN6를 개발하긴 했지만, 삼성SDI의 배터리 소재 부문은 LG에너지솔루션(LG화학(051910))·SK온(SK이노베이션(096770)) 등과 비교하면 아직 미흡하다. 양극재 전문기업 에코프로비엠(247540)과 합작해 연간 3만6000t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든 에코프로이엠 공장이 지난 10월 준공됐지만, 내년 1분기 양산 예정이다. 
 
 
반면 LG화학은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통해 이미 지난해 기준 4만t의 연간 양극재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6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착공하면서 2026년까지 양극재 생산 능력을 연 26만t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내년 기업공개(IPO)로 확보 가능한 자금의 7% 이상을 ‘리튬이온전지·차세대 전지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비용’으로 쓸 예정이어서, 배터리 소재 부문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IPO로 모금 가능한 자금은 공모희망가액을 기준으로 최소 약 8조6700억원에서 많게는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연구개발에만 6000억~7000억원 가량을 쓸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이 지난 11일 NCM9의 CES 혁신상 수상을 알리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034730) 역시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소재 내재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SK(주)는 최근 흡수합병한 SK머티리얼즈를 통해 음극재를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에 투자해왔고, 세계 1위 동박 제조사 왓슨(Wason)에 투자하며 동박 분야까지 진출한 상황이다. SK(주)는 중국 베이징이스프링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국내에서는 2023년부터 연 2만t 규모 양극재를 생산하고, 미국에서도 2024년부터 연 5만t가량의 양극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핀란드에서는 베이징이스프링·핀란드광물공사(FMG)·중국 전구체 업체 CNGR 등과 4자 간 합작법인을 세워 2023년까지 5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 특히 SK온은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배터리 NCM9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최근 볼보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토마스 잉겐라스 폴스타 최고경영자(CEO)는 폴스타5에 SK온 배터리가 적용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SDI의 경우 SK온의 NCM9과 비슷한 사양의 GEN6를 개발하긴 했지만 아직 고객사 대상 마케팅을 진행 중이며, 실제 공급 중인 제품은 한 단계 낮은 제품인 GEN5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전고체 개발 등으로 배터리 3사 중 가장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LG(003550)와 SK의 약진으로 기존에 미흡했던 소재 내재화는 물론 기술력 부문에서도 위협받고 있다”라며 “이번 파격 인사도 이를 염두 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지난 10월 미국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이미 GM·스텔란티스·포드 등과 공장 설립을 확정한 상태여서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삼성SDI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예상치는 120GWh(기가와트시) 수준으로, 같은 시기 LG에너지솔루션 생산능력의 약 30%·SK온의 54.5%에 그친다.
 
삼성SDI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기능별 전문성과 성장성이 뛰어난 역량 있는 차세대 리더들을 발굴해 경쟁력 강화와 사업 확대를 위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최윤호 신임 사장 역시 이날 열린 취임 기념 소통 간담회를 통해 “진정한 1등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과 최고의 품질을 기반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기업”이라며 기술력 강화를 주문했다. 
 
학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공을 세운 기술 임원을 승진시킨 것은 해당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신임 사장까지 선임된 만큼 연구개발 부문에 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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