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콘텐츠' 고민 깊어가는 이통사…뒤처지는 LG유플러스
이통사 내부에서도 ‘CJ 등과 비교하면 콘텐츠 질적으로 차이’ 평가
LG헬로비전, 3분기 매출 역성장…"디즈니플러스, 마블 소모 이후 불확실" 의견도
공개 2021-12-13 08:55: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8일 16:1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이통3사)가 모두 탈통신 신사업의 하나로 ‘미디어·콘텐츠’ 부문을 선정하고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제각각이다. 그중에서도 LG유플러스는 고유 콘텐츠 부족에 더해 미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부가통신사업자란 쉽게 말해 넷플릭스 등으로 대표되는 OTT(Over The Top) 사업자다. OTT는 현재 미디어이면서도 방송법에 묶이지 않으며,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 이처럼 제대로 된 관련 법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통 3사의 참전으로 판이 커지면서 정부도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통3사는 수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들이며 각기 다른 전략으로 콘텐츠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먼저 SKT는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협력해 콘텐츠 제작에 나서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SKT와 지상파 3사가 함께 만든 OTT ‘웨이브(wavve)’는 ‘원더우먼’, ‘검은태양’ 등 고유 콘텐츠를 계속해서 선보이며 등 지난 9월 월간실사용자(MAU) 443만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3분기 기준 11만5000명의 IPTV 가입자를 확보해 총 891만명의 유료방송 가입자를 보유 중이며, 3분기 누적 가입자 순증 1위를 달리고 있다. IPTV에 더해 케이블TV까지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는데, 지난해 4월에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시장 2위인 티브로드를 합병했다. 이 밖에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공급하는 ‘미디어에스’와 데이터 홈쇼핑을 운영하는 SK스토아 등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KT의 이 같은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져, 지난 3분기 미디어 사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한 1조244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영업이익 역시 21.3% 늘어난 786억원을 보였다.
 
 
KT는 독자적인 플랫폼과 미디어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콘텐츠 역시 다른 미디어 기업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KT 고유의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KT는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 1위이며, IPTV·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OTT(시즌)·채널(SKY) 등 4대 미디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KT에서 분사한 OTT 전문 법인 ‘KT시즌’을 중심으로 기획-제작-유통-마케팅으로 가치사슬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올해 1월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다양한 콘텐츠 확보와 생산·미디어 플랫폼 간의 연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는 사업의 성과를 3분기 실적으로 입증했다. IPTV 사업은 3분기 연속 10만 이상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하며 3분기 말 기준 가입자 912만명을 달성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한 4734억원이었다. 콘텐츠 자회사의 매출도 늘었는데, 3분기 기준 2416억원으로 같은 기간 24.6% 성장했다. 
 
LG유플러스를 다른 미디어 기업과의 적극적인 제휴로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자사 IPTV에 넷플릭스를 탑재했다. 지난 11월 국내 출시한 디즈니플러스를 최초로 IPTV에 탑재한 것도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9년 케이블TV 1위였던 CJ헬로(현재 LG헬로비전)를 인수했고,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적극적으로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나서는 이통사에도 고민이 있다. 바로 고유 콘텐츠 확보다. KT는 2023년까지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원천 IP를 1000개, 드라마 IP는 100개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첫 고유 콘텐츠 ‘크라임퍼즐’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15편, 2023년부터는 연간 20여 편의 고유 콘텐츠를 내놓을 계획이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콘텐츠 확보와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KT와 SKT 모두 향후 미디어 사업에서의 경쟁력이 고유 콘텐츠에서 나올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콘텐츠 분야의 전문 인력이 이통사보다는 기존에 미디어 부문에서 역량을 키워온 기업이나 유튜브 관련 신생 미디어 기업 등을 선호해 인재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난제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 쪽에서 재능 있는 이른바 '선수'들은 스스로 회사를 차리거나, 보다 큰 자유가 보장되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CJENM처럼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온 기업과 비교하면 이통사의 고유 콘텐츠는 아직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내부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이통사 중 독자적 콘텐츠가 가장 열세이기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독자적인 플랫폼·콘텐츠의 부족이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3분기 분기 기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IPTV 사업 매출과 누적 가입자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12.4%·8.8% 늘었다. 하지만 헬로비젼의 매출은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1.83% 줄었다. 영업이익이 8.65% 늘긴 했지만 한화투자증권 등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 LG헬로비젼의 영업이익이 3분기보다 30% 이상 줄어든 7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전망도 다르지 않다. 한화투자증권은 내년 LG헬로비젼의 매출이 올해보다 1% 이상 감소하고, 영업이익도 7.5%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비통신 사업으로 제시된 부분과 주력인 통신업과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 해당 사업에 대한 숫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LG헬로비젼은 최근 강명신 커뮤니티사업그룹장을 최초의 여성 전무로 승진시키며 콘텐츠 역량 강화를 예고했다. 또 CJENM 출신의 현돈 PD를 영입해 독자 콘텐츠인 음식예능 ‘칼의 전쟁’을 제작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가 실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영유아 전용 서비스인 ‘U+아이들나라’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자체 플랫폼 부재와 독자 콘텐츠 부족 등이 헬로비전의 약점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탑재한 디즈니플러스 역시 마블 콘텐츠 소모 이후가 불확실한 만큼 콘텐츠 역량 강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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