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한창(005110)이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지분 인수를 단행, 종속 자회사들을 늘렸지만 적자 속에 빚 부담만 키우고 있다. 부족한 현금창출력과 악화된 재무구조로 잇달아 자금조달에 나서보지만 결국 종속 자회사들의 영업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한창은 최근 3년간 지분 인수를 통해 종속자회사를 늘리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지만 주력인 제조사업(소화기) 부문 외에는 성과가 없는 상황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8년 982억원과 56억원, 2019년 601억원과 76억원을 거뒀지만 2020년부터 매출은 35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4%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4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올해 상반기는 매출 270억원, 영업이익 -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증가하고 영업손실 폭을 줄었으나 여전히 적자였다.
현재 한창의 사업부문은 제조, 부동산개발, 수산물유통, 전자상거래, 기타(해운산업 등) 5가지로 나뉘는데 최근 3년간 부문별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특정 사업부문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조 부문은 한창과 종속자회사 한주케미칼, 쓰리씨앤에프가 영위하고 있으며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8년 158억원과 -23억원, 2019년 125억원과 -15억원으로 외형감소와 영업손실이 지속됐으나 지난해 매출 238억원과 영업이익 6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으며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8% 증가한 160억원,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전체 실적을 이끌고 있다.
부동산 개발부문은 종속자회사 한연개발이 ‘부산시청역 SK VIEW 주상복합’의 시행개발을 맡으며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 600억원과 영업이익 121억원, 2019년 매출 471억원과 영업이익 123억원으로 전체 영업실적을 이끌었지만 부산시청역 SK VIEW 주상복합 사업이 종료 후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존재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매출 14억원과 영업이익 -12억원, 올해 상반기 매출 3억원과 영업이익 -4억원으로 급격하게 나빠졌다.
한창마린을 통해 사업을 진행 중인 수산물유통 부문은 2018년부터 꾸준하게 영업손실을 내고 있으며 작년 지유온 인수를 통해 진출한 전자상거래 부문도 2020년과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타로 분류된 해운(한창마린, 한동해운)은 2018년 6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나 현재까지 가시적인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한창그린홀딩스 지분취득을 통해 진출한 재생에너지 부문도 현재까지 발생된 매출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에도 수익성이 나빠져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면서 차입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18년 -126억원, 2019년 54억원, 2020년 -156억원, 2021년 상반기 -18억원으로 2019년을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차입금은 2018년 159억원, 2019년 325억원, 2020년 408억원, 2021년 6월 말 512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차입금의존도는 2018년 15%에서 2019년 35.4%, 2020년 34.6%, 올해 6월 말 40.2%로 적정 기준(30%)을 넘어섰다.
한창은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종속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에 따른 현금창출력 회복이 되지 않는다만 이 같은 자금조달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실제 한창이 영업실적 부진이 지속된 작년과 올해에만 자본시장을 통해 이미 다섯 번의 자금을 조달했다.
작년 1월과 3월 전환사채(CB) 발행(총 200억원), 9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263억원), 12월 전환사채(15억원)와 교환사채(35억원), 올해 2월 전환사채(100억원)까지 총 613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음에도 지난달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결정한 것이다.
주력인 제조 부문은 친환경 소화설비 교체 수요증가 효과로 괜찮은 영업실적을 내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개발사업이 없는 부동산 개발 부문과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수산물유통·전자상거래,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해운과 재생에너지 등을 고려할 때 영업실적 회복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더구나 자회사와 계열사, 특수관계사 등의 대여금이 올 6월 말 기준 1018억원인데 이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743억원으로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은 74.8%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이 높으면 해당 채권에 대한 회수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 대손상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해석한다. 대손상각은 영업외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는 “대여금 관련 추가 대손가능성이 잠재된다”라며 “대손 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창은 소화기 제조 사업의 안정적 성과를 바탕으로 부진한 사업부문 정리, 신사업인 재생에너지 성장을 통해 전체 영업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여금과 관련해서는 인수 전에 발생한 지유온 대여금(649억원) 외 나머지 계열사에서 발생한 대여금은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창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제조 사업의 실적은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사업들은 정리하고 올해 한창그린홀딩스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진출한 재생에너지(폐플라스틱 중심) 성장성을 바탕으로 실적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손충당금이 많이 쌓여 있으면 대부분 미수금이 발생한다고 해석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지유온 대여금 외 계열사 대여금은 충분히 회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