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굴러가는 CBI…악화되는 재무안정성
두 달간 CB·BW로 370억원 조달
3개월 사이 부채비율 180%p 올라
사업다각화로 재무부담 지속 가능성
공개 2021-08-18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3일 10:5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CBI(013720)(옛 청보산업)이 올 들어 각종 비용을 사채발행으로 충당하며 재무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CBI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회사에 투자하는 자회사의 유상증자 출자비용과 운영자금 마련, 대출금 상환을 위해 총 370억원의 자금을 사채로 조달했다. 이에 차입부담은 큰 폭으로 증가하며 부채비율은 300%가 넘게 치솟았고 차입금의존도는 무려 60%가 넘어서며 매우 불한한 상태를 알린다. 특히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바이오, 미래모빌리티 등 사업확장에 따른 추가적인 자금소요가 예상되기에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BI는 지난 2월과 3월에 총 5차례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2월26일 4, 5, 6회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 200억원을 확보했고 3월29일과 31일 7, 8회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 170억원을 조달했다. 370억원 중 15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120억원은 기존 대출상환에 활용됐으며 100억원은 자회사의 유상증자 출자금액으로 사용됐다.
 
 
 
이는 CBI의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부진했던 탓으로 해석된다. 자동차의 엔진연소실 개폐장치 또는 미션부품 주요 활용되는 제품을 제조해온 CBI는 최근 몇 년간 매출과 수익성이 정체된 상태였으며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매출은 2016년 209억원, 2017년 222억원, 2018년 218억원, 2019년 221억원으로 200억원 초반을 유지하고 있었고 영업이익은 2016년 1억원, 2017년 -2억원, 2018년 1억원, 2019년 2억원으로 큰 폭의 증감을 보이지 않았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6년 3억원, 2017년 -6억원, 2018년 1억원, 2019년 3억원으로 비슷한 추이였다. 4년간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0.2%에 불과했다.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16년 -1억원, 2017년 15억원, 2018년 -1억원, 2019년 -63억원으로 그리 좋지 못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같은 기간 조정영업현금흐름(OCF) 2016년 11억원, 2017년 24억원, 2018년 16억원, 2019년 27억원으로 모두 플러스(+)였으나 2017년을 제외하고는 자본적지출(CAPEX)이 조정영업현금흐름을 넘어서면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의 경우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해외 공장 셧다운 등 영향을 받아 매출이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큰 폭의 적자를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4.3%가 줄어든 167억원을 거뒀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3억원, -32억원이었다.
 
적자로 인해 조정영업현금흐름은 -10억원을 나타냈으며 자본적지출이 17억원으로 전년 보다 81.1% 감소했음에도 잉여현금흐름은 -23억원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외부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키운다. 실제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한 2017년 부채비율은 67.1%, 차입금의존도는 24.7%로 안정적인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에는 부채비율 123.2%, 차입금의존도는 43.3%까지 상승했다.
 
올해는 작년 코로나19 펜데믹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코로나19 장기화와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부족의 영향 등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졌다. CBI의 올 1분기 매출은 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5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으며 3월말 잉여현금흐름은 -6억원으로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수익성이 악화되면 1분기 자체적인 현금창출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370억원의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은 재무안정성 지표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올 3월 말 부채비율은 303.2%, 차입금의존도는 65.9%로 3개월 사이에 각각 180%p, 22.5%p 올랐으며 적정기준(부채비율 200% 미만, 차입금의존도 30% 미만)을 크게 웃돌고 있다.
 
물론 유상증자와 전환권 행사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도 존재한다. CBI는 지난 6월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 자본을 확충했으며 액면분할(1:5)로 인해 발행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전환가액(4, 5, 6회 1746원)과 행사가액(7회 2840원, 8회 2820원)이 현 주가(12일 종가기준 4185원)보다 아래로 조정되면서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의 행사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환권과 신주인수권 행사의 경우 대부문 내년 초부터 청구가 가능하며 지난달 초 전환권이 청구된 3회 사모 전환사채의 발행규모는 40억원에 불과해 단기간에 큰 폭의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미국 바이오 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한 100%인 자회사 ‘CBI USA’에 대한 추가적인 출자 가능성도 존재하는데다가 물적분할과 사명변경을 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던 ECV(전기상용차), UAM(도심항공교통) 등 신사업으로 인한 비용 소요도 예상되고 있어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CBI측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의 상승 원인인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나중에 자본화될 것이기 때문에 재무제표 상 지표보다는 위험한 상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채발행을 통해 조달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추가적인 자금소요도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CBI 관계자는 <IB토마토>에 “CB와 BW 발행을 통해 추진동력을 확보한 상태”이라며 “발행된 CB와 BW는 전환권과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자본화돼 부채비율 등 차입부담은 크게 경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 발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수익성 개선을 위한 원가절감과 ‘공급가격 현실화’ 노력도 일부 성과가 나고 있다”면서 “올해 연말에는 개선된 영업실적을 통한 현금창출력으로 차입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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