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RBC비율 205%로 떨어져…채권금리 상승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도2분기 당기순이익, 전년비 115.9% 급감 전망…위험손해율 증가 영향
올해 1분기 RBC비율이 급락한 한화생명에 대해 2분기 실적까지 부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출처/한화생명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올해 1분기 지급여력(RBC)비율이 급락한
한화생명(088350)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지속되는 금리 상승에 RBC비율의 추가하락 가능성이 불거지며 신용도에 대한 우려감이 고개를 드는 데다 2분기 실적까지 부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1분기는 의료이용량 감소로 손해율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돼 체면을 살렸지만, 2분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들은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비율을 최소 180~190%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화생명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3364억원으로 전년 동기 839억원 대비 300.7% 불어났다. 반면 RBC비율은 올해 1분기 말 205%를 기록하며 전년 말 238.3%와 비교해 33.3%p 하락했다. 수익성은 나아졌지만, 건전성은 악화된 것이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지난 6일 한화생명의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의료이용량 감소로 인한 손해율 하락을 꼽았다. 사고보험금이 줄어드는 동시에 위험보험료가 증가해 손해율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금리상승과 주식시장 호조로 보증준비금 등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도 완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RBC비율은 유가증권 계정 재분류로 내림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19년 11월 34조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모두 매도가능증권으로 전환하면서 RBC비율 제고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말 이후 금리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금리 등락에 따라 RBC비율도 요동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도가능증권은 채권을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결국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이 감소하며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인 RBC비율도 떨어지게 된다. 반면 만기보유증권은 취득원가와 이자수익만 인식하고 금리 변동에 따른 회계상의 평가손익은 따로 반영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금리 상승 타격을 크게 받았다. 올해 1분기 한화생명의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은 1조5723억원으로 집계되며 지난해 말 가용자본(14조8060억원)의 10.6%에 해당하는 금액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말 국고채 3년 금리는 0.976%에서 올해 1분기 말 1.133%로 0.157%p, 같은 기간 5년 금리는 1.335%에서 1.601%로 0.266%p 치솟았다.
문제는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하면 변경 시점을 포함해 회계연도 3년 동안은 만기보유증권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에선 채권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경무 한기평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 15일 기준금리가 동결되기는 했지만,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향후 인상 가능성은 남아있다”라며 “기준금리와 연동된 채권금리 또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한화생명 입장에선 RBC비율 관리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기평은 지난 6일 한화생명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AA로 제시하며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 총자산세전이익률이 0.5% 미만을 지속하거나 RBC비율이 200% 미만으로 하락하면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올해 2분기 한화생명의 실적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증권사들은 한화생명의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을 평균 593억원으로 추측해서다. 한화생명이 전년 동기 1280억원을 시현한 점을 고려하면 약 115.9% 후퇴를 관측한 것이다.
대신증권(003540)은 코로나19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의료기관 수요가 증가했고 2분기 들어 보험금 청구가 늘었다며 2분기 위험손해율은 82%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5%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시세차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3% 감소한 114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올해 2분기 한화생명의 수입보험료는 3조4000억원, 보장성 연납화보험료(APE)는 2295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와 견줘볼 때 각각 8.7%, 18% 쪼그라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도 한화생명의 2분기 시차익을 1130억원으로 예상하며 26.7% 축소 견해를 내놨다. 근거로는 사고위험금 증가를 제시했다. 실적 둔화 이유로는 제조·판매분리(제판분리)로 유지비는 줄어들겠지만, 설립 관련 일회성 비용 약 400억원이 반영되며 비차익 개선 폭이 전년 동기 대비 17.8%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보탰다.
지난 4월 한화생명은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키며 생보 대형3사 중 최초로 대규모 제판분리를 시도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이 대주주 거래제한 등의 사유로 1년간 신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중징계 ‘기관경고’를 통보하면서 한화생명이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라고 추론해왔다.
한화생명은 RBC비율 추이와 2분기 실적 부진 전망에 관한 <IB토마토>의 물음에 "별도의 입장이 없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