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이스타항공이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신사옥으로 이전을 준비하는 등 경영 정상화움직임에 나섰다. 지난 2월4일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따라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나선 이스타항공이 골프장 관리업·부동산임대업 등을 하는 성정의 품에 안기며 오는 10월에는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실린다.
최종 인수 예정자가 된 성정은 현재 인수하기로 한 자금 외에 물밑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항공 운항에 필수적인 운항증명서(AOC) 재취득도 시간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채와 운영자금까지 감안하면 이스타항공에 추가 투입될 금액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재무적 투자자(FI) 없이 성정의 실질적 오너로 알려진 형남순 회장의 개인 자금 투입만으로 지속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커진다.
성정, 현회장 개인자금투입…AOC 취득 준비중
1일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별도의 TF를 꾸려 채권처리 등 회생 졸업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당장 TF는 오는 20일까지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부채 상환, 유상증자 등의 계획을 담은 회생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간 미납 대금으로 인해 마비된 전산 시스템을 복구하고, 책정할 수 없었던 채권 금액도 구체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AOC 재취득 준비도 진행 중이다. 이스타항공은 AOC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5월
제주항공(089590)과의 M&A를 이유로 운항을 잠정 중단해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AOC는 국토교통부가 인가해 주는 것으로 안전 운항 능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종사의 기본 교육, 건강검진,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가상모의 운항 및 실제 운항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수검 기간만 약 3개월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금액만 100억원가량이 들어가는데, 현재 성정이 인수하기로 한 인수자금 외에 형 회장이 사재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마땅한 사옥 없이 김포국제공항(국내선) 2층에 위치한 발권 창구에서 필요한 업무를 보고 있다. 이에 성정의 관계사인 골프장 백제컨트리클럽, 토목공사업체 대국건설산업 등에서 출자를 통한 자금지원으로 최소한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 있는 쿠쿠마곡빌딩을 사옥으로 정하고 7월 경 직원들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성정에서 당장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오는 8월 예정돼 있는 관계인 집회시 채권자들에게 동의를 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를 통해 빠르게 회생 졸업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정의 물밑 지원으로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오는 10월에는 운항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발 시점에 섰지만…추가 투자 지원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
이스타항공은 법원에 회생신청 전인 지난해 3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M&A를 추진해 오다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 선언으로 1년 3개월간의 표류 끝에 다시금 경영 정상화라는 출발점에 서게 됐다.
이스타항공과 성정은 지난달 24일 서울회생법원에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를 위한 투자 계약 금액은 1087억1000만원으로 채권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향후 성정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스타항공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2007년 10월23일 국내외 항공운송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돼 운영되다 중국 사드문제 및 일본 불매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여객의 감소 등의 이유로 지난해 4월부터 영업이 중단됐다.
이후 올해 1월14일 재무구조 악화로 이스타항공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했고, 조사위원은 이스타항공의 청산가치를 약 24억9700만원, 계속기업 가치는 약 5억6500만원으로 평가했다. 회사의 계속 경영보다는 청산하는 게 19억3100만원 만큼 이득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청산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법원은 회생 개시 인가 전 마지막으로 인수합병(M&A) 추진을 허가해주면서 다시 기회가 생겼다. 이후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 선정하고 김유상, 정재섭 공동관리인을 선임해 매각을 추진해 왔다.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과 형남순 성정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건설업체 성정과 이스타항공의 본계약 체결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올해 2월4일 이스타항공 실사 조사위원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총자산은 292억원으로 이 가운데 부채 1881억원을 포함하면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가 있다. 부채로 잡힌 채권 규모(지난해 11월 기준)를 보면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의 공익채권만 581억원, 회생채권은 1300억원이다.
현재는 채권 규모가 더욱 늘어 공익채권은 700억원대로 추산되며, 채권자가 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은 약 1850억원으로 총 2500억원가량의 부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인 점은 회생담보권자가 없어 항공기나 건물 등이 압류되지 않고 신용거래에 의한 채권인 만큼, 채권단과 채권 변제 비율을 합의하면 실제 변제 금액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제는 성정의 지원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다. 당장 성정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면 2억8000만원, 관계사인 백제컨트리클럽은 6억원, 대국건설산업은 57억4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또한 이들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으로도 충당하기 어렵다. 성정의 지난해 매출액은 59억원, 영업이익은 5억원에 그쳤고, 백제컨트리클럽은 매출 178억원, 영업이익 59억원을, 대국건설산업은 매출 146억원, 영업이익 6800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이들 회사에서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형 회장의 사재에 의지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정 공동관리인은 “까다로운 절차를 보는 회생법원이 이스타항공의 성정 인수를 허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형 회장의 인수 의지와 자금지원 여력을 높게 평가한 것 아니겠냐”라며 시장의 우려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