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사업 손 뻗은 KG그룹, 적자 수렁에 전망도 ‘먹구름’
KG그룹, 2017년 KFC 인수하며 외식업 진출
KFC 순손실 28억원으로 자본잠식…5년 내내 당기순손실
할리스, 지난해 순손실 전환…성장성도 '물음표'
공개 2021-06-23 09:40:00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1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할리스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KG그룹이 종합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외식사업 파이를 늘리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KG그룹이 전개하는 KFC와 할리스 모두 지난해 나란히 적자를 본 데다, 향후 업계 경쟁자를 뛰어넘기 위한 성장성도 묘연해 사업 전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G그룹은 비료와 화학제품을 다루는 KG케미칼(001390)을 모태로 화학, 철강, 에너지, IT, 교육, 미디어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그동안 KG그룹은 동부제철, BS렌탈 등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재계에 따르면 KG그룹의 적극적인 인수합병 행보에는 곽정현 KG동부제철(016380) 부사장의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곽 부사장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아들로 현재 그룹 내 KG케미칼, KG스틸, 스룩 등에서도 폭넓게 대표이사 직책을 맡고 있다. 곽 부사장은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친 1982년생 젊은피다. 특히 PEF 운용사인 캑터스PE의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기업딜과 관련한 경험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지난해에는 곽 부사장을 필두로 KG그룹은 외식업 할리스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KG그룹은 자사 핵심 자회사인 KG이니시스(035600)를 활용해 외식업 사업에 발을 들였다. 외식업 자체가 카드현금 결제가 오고 가는 만큼, 결제서비스로 특화한 자사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창출하고 캐시카우 역할로 만들고자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니시스 자회사인 신용카드PG 업체 KG올앳은 2017년 250억원을 출자해 신규 법인 케이지에프앤비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케이지에프앤비의 첫 타자는 패스트푸드업체 KFC였다. 케이지에프앤비는 홍콩 사모펀드 CVC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KFC코리아를 300억원에 품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케이지에프앤비는 KG올앳에서 KG모빌리언스(046440)로 거처를 바꿨다. KG이니시스가 올앳을 모빌리언스에 흡수하면서 파생된 행보다. 그러다 지난해 말 KG모빌리언스가 KFC를 골프 및 종합레저 사업을 전개하는 써닝라이프에 310억원에 매각하며 소속이 또 바뀌었다. 덩달아 KFC가 속했던 케이지에프앤비도 청산을 맞게 됐다. 업계에서는 KFC가 KG그룹의 미운오리로 찍혀 그룹에서 계속 자리를 옮겨 다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등장하는 상황이다.
 
한때 KFC는 롯데리아, 맥도날드와 함께 업계 3강 구도를 달렸지만, 현재는 맘스터치나 버거킹 등에도 위협을 받으며 과거와 비교해 입지가 하락한 상태다. 매출 정체 속 적자는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다. 실제 KFC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내내 당기순손실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KFC 매출을 살펴보면 2018년 1843억원 당기순손실 57억원, 2019년 매출 2097억원 당기순손실 9억8000만원, 지난해에는 매출 1974억원 당기순손실 28억원을 기록했다. 누적되는 적자로 KFC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커피전문점 할리스도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KG그룹은 지난해 KG이니시스 아래에 SPC 크라운에프앤비(종속회사)를 세우고 1450억원에 할리스 주식 165만주(93.8%)를 획득하며 경영권을 인수했다. KG그룹 자금통으로 꼽히는 이니시스가 크라운에프앤비에 602억원이나 출자하고 인수 금액을 지원하는 등 할리스 인수를 주도했다. 이 같은 계열사 지원 등이 맞물려 KG이니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포함)은 2019년 2677억원에서 지난해 2187억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신유정 할리스애프앤비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할리스
 
물론 KG이니시스가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나 할리스 인수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지만, 따져볼 부분은 향후 할리스의 전망이다. 할리스 지난해 매출(1406억원)은 전년 대비 14.8%, 영업이익(37억원)은 76.3%나 급감하며 12억원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커피프랜차이즈 업계 영업이익이 일제히 줄어든 건 맞지만 할리스 실적은 유독 크게 떨어졌다. 같은 업황을 전개하는 스타벅스와 이디야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6.1%, 27.7% 감소했고 투썸플레이스는 도리어 8.7% 증가한 것 등을 고려하면 실적 악화가 뼈아팠다.
 
하락 국면은 당장 지난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018년부터 매출도 지지부진인 데다 당기순이익은 120억원→ 90억원→ 지난해 12억원 순손실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앱˙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브랜드 결제 규모 1위는 스타벅스, 2위 투썸플레이스, 3위 이디야, 4위 메가커피, 그다음 할리스 순이다.
 
업계 4위(중저가 브랜드 제외) 탈출을 위한 몸집 늘리기, 소위 ‘벌크업’ 속도도 더디다. 할리스는 올해 초 2025년 매장 수 1000개 목표를 공언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할리스 매장개수는 537개(가맹점 427, 직영점 112)다. 이듬해 2019년 전체 매장은 561개(가맹점 453, 직영점 108),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장개수는 약 587개로 3년간 500개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커피 브래드 상위권 업체들이 확고한 입지를 보유할 뿐만 아니라, 시장 자체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할리스의 성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할리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 제한으로 매장 이용이 불가함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라면서 “KG그룹에 인수되면서 중장기적 관점의 안정적인 가맹점 관리와 공격적 확대가 (과거보다) 수월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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