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지난달 28일에 제56회 공인회계사 1차 시험이 실시되었다. 올해는 작년 1만874명 대비 23.8%나 증가한 1만3458명이 응시원서를 제출했고, 이 중 1만1655명이 응시하여, 응시율은 전년 대비 3.3%p 상승한 86.6%였다.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지원자의 변화를 1984년부터 보면 1999년에 1만7112명이 지원하여 가장 많은 지원자를 보였으며, 1990년에는 4175명이 지원하여 가장 적은 지원자를 기록하였다. 1992년까지는 5000명 내외의 지원자를 보이다가 1996년에 1만명을 넘어섰고, 1999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다가 2010년 이후 증가하였다가 다시 감소하였고, 올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올해의 지원자 1만3458명은 2003년의 1만4565명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다. 대략 IMF 외환위기 이후 증가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가하고, 코로나 시점에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올해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지원자 증가의 이유는 여러 가지여서 한두 가지로 요약할 수는 없다. 먼저, 공인회계사 시험을 대체할 다른 시험이 별로 없다는 점이 이번 지원자 증가의 이유일 수 있다. 과거에 인기 있었던 외무고시가 2013년에 폐지되면서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으로 대체되고, 사법시험도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되고, 행정고시(5급 공채시험)는 소수만 선발하므로 일반 학생들에게는 먼 얘기가 되었고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따라서 공인회계사 시험이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고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자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올해의 지원자 급증 이유로는 부족하다. 둘째, ‘불경기에는 공무원, 호경기에는 대기업’이라는 말이 있듯이 불황이면 고시생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속설이므로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이 지원자 증가의 한 이유일 수 있다.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지원자가 증가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셋째, 최근에 좋아진 감사환경의 변화가 이유일 수 있다. 신 외부감사법의 영향으로 감사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공인회계사의 급여가 인상되고, 52시간제의 시행으로 과거에 비해 업무강도가 약해지는 등 여러 면에서 공인회계사 직업의 매력도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23.8%나 증가한 이유는 불황 탓도 있지만 감사환경 변화가 주된 이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원자가 증가하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먼저 지원자가 증가하면 당연히 경쟁률이 증가한다. 올해 공인회계사 최소합격인원(1100명)의 2배수를 선발하는 공인회계사 1차 시험 합격기준에 따라 산출된 경쟁률은 5.3대 1로 지난해 4.1대 1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합격점수가 상승한다. 합격점수는 경쟁률 외에 문제의 난이도에 의해서도 좌우되지만 응시생의 증가는 합격점수의 상승을 가져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 공인회계사 시장에 우수한 인재들이 참여하게 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올해도 많은 제자들이 공인회계사 1차 시험에 응시했다. 좋은 결과를 얻은 제자들은 6월 말에 치러지는 2차 시험 준비로 바쁘고,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은 제자들은 앞으로의 진로결정으로 고민에 빠져있다. 1차 시험에 합격한 제자는 대견하고, 떨어진 제자는 안쓰럽다. 모든 지원자들이 합격했으면 좋겠지만, 그러한 일은 불가능하니, 1차 시험에 합격한 제자들은 겸손한 마음으로 2차 시험을 준비하고, 떨어진 제자들은 인생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위로하고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여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을 배우기 바란다. 합격 여부를 떠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이야말로 앞으로의 인생에서 좋은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으니, 어떤 경우든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지원자들의 명암이 엇갈린 3월, 그러나 모두 힘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