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민희 기자] 1년 만에 주권매매거래 정지가 풀린 유아용품 전문업체
메디앙스(014100)의 매출 규모가 1년 새 250억원 가량 줄어든 72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았고, 같은 기간 내부 현금흐름은 적자기조를 보이고 있다. 출산율 하락에 따라 경쟁업체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아가방컴퍼니(013990)와
제로투세븐(159580)의 매출규모가 1200억~1400억원대인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장기화된 코로나19여파가 인구시장에는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메디앙스는 졸라매고 졸라매도 출구마저 아득하다.
12일 한국거래소는 메디앙스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제외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 제2항 제5호의 종합적 요건에 의한 상장폐지 가능성 등을 검토한 결과, 동사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라며 "3월15일부터 주권의 매매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 3월19일 감사보고서 범위제한 ‘한정’의견에 따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메디앙스는 약 1년 여간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메디앙스 주요 브랜드 비앤비. 출처/메디앙스
감사의견이란 회사의 재무제표가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공인회계사가 객관적으로 감사해 그 의견을 표시하는 것을 뜻한다. 적정의견·한정의견·부적정의견·의견거절 4가지로 나뉘며,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의견이 2년 연속될 경우 상장 폐지될 수 있다.
메디앙스(구 보령메디앙스)는 유아용품 전문기업으로 화장품·의약품·완구류·의류 등을 제조·판매한다. 2020년 보령제약그룹 계열사에서 분리되며 사명을 메디앙스로 변경했고, 현재 보령제약그룹 김승호 창업주의 막내딸 김은정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메디앙스의 매출은 7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당기순이익은 323억원에서 50억원으로 84.7% 감소했다.
메디앙스의 실적 악화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종속법인 중국매출의 감소와 국내 주요 판매처인 백화점 등에서 매출 감소 등으로 꼽힌다. 특히 메디앙스의 주력 브랜드로 꼽혔던 오프라인 유아용품 편집숍 ‘비비(BB)하우스’의 매장은 2019년 5월 말 모두 철수된 바 있다.
비비하우스에서 판매하는 생활건강 용품은 메디앙스 전체 매출의 45.37%(2018년 기준)를 차지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철수를 마친 2019년 연간 매출은 9.7% 감소한 973억원, 영업이익은 -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원가와 판관비 개선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1년 새 현금흐름도 나빠졌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인 EBITDA는 2019년 26억원에서 2020년 3분기 17억원으로 줄었다. 해당 지표는 이자비용과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순이익을 가리키므로 통상 기업의 실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된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137억원에서 53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 내 갚아야 할 빚인 단기성차입금이 73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증가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현재 메디앙스는 현금성 자산으로 단기성차입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 유입(+)이나 유출(-)을 보여주는 조정영업현금흐름(OCF) 역시 적자다. 메디앙스의 경우 2020년 3분기 -114억원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판공비·대출이자·법인세 등 영업을 위해 쓴 현금의 합계가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반대로 영업현금 유입에는 매출과 이익, 예금이자, 배당수입 등이 있다.
영업현금흐름이 정체되며 잉여현금흐름(FCF)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메디앙스 잉여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18년 -114억원, 2019년 -230억원, 2020년 3분기 -111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흐름이다.
잉여현금흐름은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 세금·영업비용·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의미한다. 철저히 현금 유입과 유출만 따져 돈이 회사에 얼마 남았는지 설명해 주는 개념인데, 통상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되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다.
올해부터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는 올해 25만명 출생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에는 출생아 수가 당분간 30만 명 가까이 될 것으로 봤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가능성은 없어졌다. 문제는 출생아 급감이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정해진 미래라는 데 있다.
메디앙스 측은 "출산율이 감소하고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늦게 낳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며 시장규모는 축소됐고, 신규진입자와 기존사업자간의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라고 공시를 통해 설명했다.
메디앙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작년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감소했고 전체 매출은 25%가량 줄었다"라며 "매출감소가 자연스럽게 EBITDA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며 "올해 다시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민희 기자 km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