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캐피탈 매각가, 희망가 보다 낮은 4000억원 내외 전망올해 2분기 효성 영업익 전년비 83.3% 감소재무안정성 우려에 오너 조현준 회장 지난한 '사법 리스크'까지
출처/효성그룹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효성(004800)그룹이 최근 효성캐피탈을 매각하면서 지주사 체제 지배구조 재편 마무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하지만 기대보다 낮은 매각가와 더불어 현재 악화된 실적을 감안할 때 추가 투자가 진행될 예정인 만큼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조현준 회장의 '오너 리스크' 역시 그룹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23일 "효성그룹 입장에서 연말까지 효성캐피탈 매각을 완료해야 해 협상 과정에서 당초 원했던 가격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인 만큼 최종 매각 가격을 놓고 양측의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효성은 지난 15일 효성캐피탈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스티리더스PE 유한회사를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효성은 효성캐피탈 주식 884만주(지분율 97.5%)를 매각한다.
효성그룹은 효성캐피탈 희망 매각가로 5000억원 수준을 책정한 것으로 업계에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계약은 그보다 낮은 수준인 4000억원 안팎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효성그룹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올해 말까지 효성캐피탈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이 완료되면 효성그룹의 지주사 체제 지배구조 재편이 마무리되는데 무엇보다 최종 매각가에 이목이 쏠린다.
출처/금감원, 대신증권
제값을 받아내야 하는 건 당연한 시장논리다. 효성그룹은 현재 실적 악화 속에서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야 할 정도로 현금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잇따른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라도 실탄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효성그룹 지주사인 효성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598억원, 영업이익 1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9%, 영업이익은 83.3% 감소했다. 효성중공업을 제외한 효성첨단소재·효성티앤씨·효성화학 실적도 부진했다.
효성첨단소재는 2분기 4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출범 이후 첫 적자다. 매출액은 37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4% 줄었다.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의 주요 고객사인 북미와 유럽의 자동차 공장의 셧다운 영향이 컸다.
효성티앤씨 역시 적자 전환했다. 2분기 영업손실은 82억원을 기록했다. 스판덱스 등 섬유 부문에서 안정적인 판가에도 중국 외 지역의 전방산업 가동 중단과 글로벌 섬유 경기 둔화로 적자 전환에 처했다.
효성화학은 중국 시장에서는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8% 줄어든 36억원 수준에 그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효성중공업을 제외한 상장 자회사 실적과 해외판매법인의 부진 등으로 추정치를 하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230억원으로 지난해 2370억원보다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룹 전반의 차입 부담 뿐 아니라 재무안정성 지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을 고려할 경우 중단기적인 재무안정성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9년 주요 계열사 합산 기준 그룹의 부채비율 및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56.7%, 46.8%이다. 매각을 진행 중인 효성캐피탈(연결 기준)을 제외한 조정지표는 각각 238.2%, 43.3%로 재무안정성 지표는 다소 열위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계열회사들의 신증설 투자가 계획되어 있어 중단기적으로 CAPEX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사업확장 과정에서 운전자금 부담 상승 등은 현금흐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적 악화 속에서 효성화학은 2021년까지 베트남 현지에 부두, LPG보관설비, PP/DH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1조1000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1억3000만달러 규모의 미국 현지 변압기 공장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투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실적 개선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적 불안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김봉환 나신평 연구원은 "그룹 전반의 양호한 수익성을 감안할 때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을 통해 제반 자금소요에 대부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재무안정성 개선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오너리스크 역시 그룹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1심 재판으로 최종심까지 언제 마무리가 될지 지난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총수익스왑(TRS) 거래를 활용한 오너의 사익편취에 대한 재판은 처음으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실적 악화와 지속된 투자 흐름 속에서 오너의 재판은 앞서 다른 대기업 총수의 선례에서 보듯 무형의 큰 손실이 우려된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조현준 회장의 재판은 다툴 쟁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