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위기' 체리부로, 사상 첫 BW 발행
BB-/부정적 등급, 추가 하락 여지도 있어
코로나19로 실적 직격탄…축산법 개정안 변수
공개 2020-08-31 15: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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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한계기업 위기에 놓인 닭고기 전문 기업 체리부로가 창사 이래 최초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나선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체리부로는 BW를 발행한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체리부로의 신용등급을 'BB-/부정적'으로 매겼다. 나이스신용평가의 경우, 신용등급을 BB등급에서 한 단계 낮춰 BB-등급으로 매겼으며,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달아 추가 하락의 여지를 남겨놨다. 
 
BB등급은 평균누적부도율이 11.4%(광의 기준)에 이르다 보니 투기 등급으로 분류된다. 또한 한 단계 떨어져 B등급으로 강등될 경우, 평균누적부도율이 20.16%(광의 기준) 오른다. 
 
체리부로는 닭고기 계열사를 활용해 종계 사육, 부화, 사료, 도계, 가공, 유통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코스닥 상장사다. 또한 주주사인 한국일오삼(처갓집양념통닭 브랜드 보유)을 통해 프랜차이즈 망을 활용, 수직계열화된 사업체제를 보유하고 있다. 
 
육계는 가격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인해 육계 가격이 상승하며 체리부로는 영업이익을 냈으나, 2018년 무더위, 2019년 육계시세 하락 등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업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 코로나19로 등교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 중이다. 재난지원금으로 수요 회복이 기대됐으나, 수혜는 닭고기보다는 소고기 관련 산업이 받았다. 
 
2년 반 동안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체리부로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7년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133.6%였던 체리부로는 올해 상반기 말 289.7%까지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도 43.9%에서 54.4%까지 증가했다. 즉, 총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입을 이용해 구입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부채비율은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갈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갚기 어려운 '한계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도휘 삼정KPMG 책임연구원은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부채비율이 300%일 경우 금융비용이 순이익보다 많은 수준"이라며 "부채비율 400% 이상의 기업은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한다"라고 분석했다.
 
체리부로의 실적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재무 상태는 악화 일로에 놓였지만, 영업 부분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 상반기 말 영업손실률은 12.8%로 지난해 말 기준 4.8%보다 8%p 커졌다.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설비투자가 마무리되어 자본적지출(CAPEX) 관련 자금소요는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시세 약세를 감안할 때, 당분간 외부 의존적 현금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주요 자산 대부분이 담보로 제공돼 있어 관계사에서 재무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재무융통성이 취약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육계 시세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재무부담 확대, 공급과잉 기조 및 코로나 19에 따른 수요위축 등 실적회복 제약요인을 감안해 신용등급을 전망했다"면서 '부정적' 등급 전망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적을 턴어라운드 시킬 계기로 지난 6월 공포된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 설치'와 같은 축산물 수급조절 조항이 담긴 축산물 개정안을 꼽았다. 수급조절은 축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상황이지만, 공정 거래 관점에서 부당경쟁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이번 축산법 개정은 부당경쟁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축산법 개정안이 공포되어 앞으로 축산물 수급조절 및 가격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시행이 2021년까지 유예된 것으로 파악되는 등 아직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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