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두산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알짜기업 두산솔루스의 예비입찰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정작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대기업들은 움직임 없이 잠잠한 모습이다. 삼성그룹은 '동반 성장',
SK(034730)는 '
SKC(011790)의 자체 성장'을 이유로 두산솔루스에 눈길도 주지 않고 있고,
LG(003550)그룹은 지주사와
LG화학(051910)이 서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000150)그룹과 매각주간사 삼일 PwC는 이달 초 원매자들에게
두산솔루스(336370) 인수의향서(LOI)를 제출받았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같은 재무적투자자(이하 FI)가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략적투자자(이하 SI)의 제출 여부는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롯데케미칼(011170)은 참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SK·LG그룹은 관심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삼성SDI
삼성은
삼성SDI(006400)를 중심으로 두산솔루스 인수전 참여가 점쳐졌다. 삼성SDI의 에너지 부문은 2차전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을 주력으로 생산·판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동반성장'과 '
일진머티리얼즈(020150)'와의 계약 탓이다.
'동반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화두로서 수직계열화 혹은 공급망(Value Chain)의 내재화는 일종의 '적폐'로 인식된다. 대기업이 밸류체인을 독점하거나, 사실상 독점한다면 대·중소기업간 협상력, 임금격차 등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은 일진머티리얼즈와의 중장기 공급 계약도 체결된 상태다. 삼성SDI는 베터리용 동박 공급에 관해 일진머티리얼즈와 2019~2023년 사이 6만톤을 8000억원에 공급받기로 계약돼 있다. 이를 위해 일진머터리얼즈는 배터리 동박 부문의 생산 여력(Capa)을 현재 2만톤 수준에서 총 10만톤 규모로 늘리기 위해 공장 증설을 계획 중이며, 지난해 11월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0억원을 투자 받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현 정부의 정책과 배치되는 무모한 선택을 하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 "또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일진머티리얼즈를 보고 투자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베터리용 동박 업체의 장기계약. 출처/미래에셋대우
SK그룹은 '자체성장'에 방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두산솔루스 인수시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두산솔루스 동박·전지박 사업부 인수 시 장점을 시장 진입으로 본다. 하지만 SK그룹은 이미 계열사인 SKC를 통해 이미 해당 분야 점유율 1위 업체인 KCFT(현 SK 넥실리스)를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생산 여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 1일 SKC는 동박 6공장 증설을 예정보다 빨리 발표했다. 5공장에 이어 6공장이 완성될 경우, 생산여력은 연간 4만 3000톤 수준으로 확대된다. 인수 당시 2만톤 수준이었던 생산 여력이 불과 1년 만에 2배가 되는 셈이다. SKC는 2025년 13만톤, 2030년 23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윤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1만톤 규모의 생산설비 건립을 위해 1200억~13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솔루스를 인수한다면 단숨에 배터리 전지박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캐파가 현재 1만톤에 불과하고 매도희망가는 높기에 기존 사업자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LG그룹은 내부적으로 '갈팡질팡'중이다. LG그룹은 LG화학이 주체가 돼 인수전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반면, LG화학은 LG그룹이 참여하기를 원하는 눈치다. 두산솔루스 첨단 소재 부분 중 OLED 소재의 주요 매출처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005930) 등 삼성그룹인 점, 내재화하기 애매한 전지박 사업 부문 등이 주요 이유다.
10년 이상 인수·합병(M&A) 딜을 한 자문업계의 관계자는 "경험상 그룹은 계열사에 미루고, 계열사는 그룹에 미루는 경우는 인수 의지가 희박하다는 의미"라고 전달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