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지스자산운용에 이어 KB자산운용도 ‘임차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량 임차인으로 꼽혔던 위워크와
CJ CGV(079160) 등이 코로나19로 재무사정이 악화되자 임대인인 운용사까지 경랑에 빠져들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종로타워에 입주한 글로벌 공유오피스회사 위워크로부터 계약 해지요청을 받았다. KB자산운용은 계약서 조항에 따라 해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위워크는 10년까지 임대차 중도해지가 불가하다고 되어 있다.
종로타워 주요 임차인 계약사항. 출처/KB자산운용 투자설명서
하지만 위워크가 심각한 경영난에 휩싸이거나 극단적으로 파산에 이른다면 임대차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10년 이내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이 일반적인 수준을 밑돈다면 해지를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 초만 해도 위워크가 한창 잘 나갈 때라 누구나 ‘모셔가고’ 싶은 임차인이었다”라며 “(KB자산운용이 위워크와 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서의 세부 조건이 위워크에 유리한 조건으로 설정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KB자산운용으로서는 종로타워를 매입했을 당시와 크게 달라진 위워크의 재무사정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가 터지자 위워크의 경영상황은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서울 오피스 공급이 넘쳐 가격이 떨어졌을 당시 위워크가 입주하면서 순식간에 매물가격을 끌어올릴 정도로 매력적인 임차인이었다”라며 “불과 몇 년 사이 위워크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 수 있었겠느냐”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위워크를 놓고 불안한 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공유오피스’의 개념이 생소했던 데다 위워크의 재무사정이나 신용도가 탄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워크가 미국 등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데다 서울 오피스 공실률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했던 만큼 당시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임차인이었다.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지난해 대학로CGV 건물을 매입할 당시의 기대와 달리 CJ CGV가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에 직격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해당 공모펀드 출시 당시 CJ CGV가 100% 책임임차(마스터리스) 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CJ CGV는 이지스자산운용에 임대료 지급을 유예해달라는 내용을 토대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CJ CGV가 CJ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자금수혈을 받기로 했지만 이는 차입금을 갚기에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영화관업계 한 관계자는 “CJ CGV가 얼마 전 모기업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았지만 대부분 차입급 상환과 운용자금으로 충당할 것”이라며 “임대료 지급유예나 운영비용 절감 등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던 재무계획은 (유상증자와 상관없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 CGV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 등 여러 건물주와는 임대료 지급유예 방안을 놓고 아직 협의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건물주들의 상황이 각기 다르고 임대인의 고충도 있기 때문에 임대료 인하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종로타워 전경. 출처/KB자산운용 홈페이지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